삶의 끝자락에서, 모든 게 사라지고 남는 것은 과거의 기억뿐일 텐데. 그럼 추억이 많은 사람이 진짜 부자가 아닐까요.
기억은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과거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만들죠.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합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당신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려보세요. 그날의 향기가 슬며시 불어오면, 당신은 웃음 짓게 될 거예요. 나의찬란했던 날을 떠올리며.
기억을 잊고 싶다고요?
때론 끔찍한 기억이 불청객처럼 찾아와 나를 괴롭히기도 합니다. 그럴 땐 불안하고, 두려워지죠. 과거의 기억에게 잡아먹히는 듯한 기분일 겁니다. 괜찮아요. 그래서 시간은 계속 흐르는 걸지도 모릅니다. 망각은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합니다. 망각은 사라지기보단 지워지는 거겠죠. 세월이 흐름에 따라 점점 흐릿해질 거예요.
우리는 계속해서 살아가야 하니까요. 살아서 또 다른 하루를 맞이해야 하니까요.
기억이 쌓이고 쌓여 과거의 아픈 상처도 결국 먼지 쌓인 기억이 되겠죠.
우리는 앞을 향해 나아가면서도, 자주 뒤돌아보곤 합니다.어떨 땐 기억이 나의 발목을 붙잡고 놓아주질 않아요.과거에 실존했기 때문일까요.
우리는 상처받았던 기억, 충격적이었던 장면, 화가 나고 슬펐던 감정뿐만 아니라 행복하고 기뻤던 순간조차 떠올리기 고통스러워하곤 합니다.
'그때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과거의 내가 참으로 부럽습니다. 당차고 예뻤던 나의 모습. 지금의 나는 형편없습니다. 그래서 소망합니다. 그때의 순수한 나를 자꾸만되찾고 싶다고.
과거의 사람이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사람이 되었을 때. 이젠 놓아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은 이제 어디서 무얼 하는지 알 수 없게 되었고 나를 사랑했던 사람들은 절대로 닿을 수 없는 먼 곳으로 사라져 버렸고 아침이 되어 눈을 떴을 뿐인데 당연하게 느껴지던 존재들을 더 이상 볼 수가 없습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우리는 기억 속에 숨어 살기도 하고 아니면 그 모든 기억을 통째로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그러나 그곳엔 채울 수 없는 커다란 공백이 남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기억은 나에게 무엇일까요,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요.
기억을 안고 살기에는 고통스럽고, 지우기에는 너무 아까운걸요.
지우지 말고, 잠시 넣어두세요.
서랍 속에 잠들어 있을 수 있도록.
그러다 문득 그리워지면 꺼내보면 되는 겁니다.
그땐 시간이 많이 흐른 뒤일 것이고, 그래서 괜찮을 거예요.
과거의 나는 참 많이 행복했고, 그래서 그런 기억을 가진 지금의 나도 참 행복하다고.
그렇게 내일을 기대하면서,
작년 이맘때 우리는 경주네컷을 다녀왔었고,거리에는 낙엽이 잔뜩 쌓여있었죠. 함께 사진을 찍고 대화를 나누었고, 함께 해서 참으로 즐거웠습니다. 같은 기억을 나누어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게 참으로 좋아요. 서랍 속에 있는 기억을 심심할 때 꺼내 봐주세요, 웃고 있는 얼굴이 참으로 예쁘답니다,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