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습관에 즐거움 한 스푼을 곁들이기
'나의 현재는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요즘 스스로에게 자주 던지는 질문이다.
내가 살아가는 이 순간, 오늘 하루를 결정짓는 힘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기에, 현재를 구성하는 두 가지 핵심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의식적인 선택,
둘째, 습관.
물론, 그 외의 우발적인 사건이나 예기치 못한 변수들도 삶의 중요한 일부다.
하지만, 위의 두 요소는 적어도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다.
그중에서도 ‘습관’은 우리의 삶에 조용하지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습관은 의식적으로 내리는 결정이나 의지력보다도 강력하고 끈질기며,
내가 가진 습관에 따라 인생의 흐름도 크게 달라진다.
사람마다 정도 차이가 있겠지만,
나의 경우 '의지'보다는 '습관'에 이리저리 끌려다니곤 한다;
아침 루틴만 봐도 그렇다;
내가 아침에 눈을 뜨면, 자동적으로 '배꼽시계'가 울린다.
일어나서 멍 때리는 것도 잠시, 난 배에서 울리는 '꼬르륵' 소리에 이끌려 반사적으로 부엌에 향한다.
아침상에 차리는 메뉴는 한결같다
- 요거트와 사과.
인터넷에 나오는 사진처럼
적정량을 예쁘게 차려먹으면 좋으련만...
대식가인 나에게 이는 늘 마음속 이상일뿐이다.
한 번은 식사량을 줄여보기 위해,
작정하고 '고가'의 소분된 그릭 요거트를 사 먹어 보았다.
정량의 요거트를 퍼서 과일과 함께 플레이팅하면, 왠지 모를 뿌듯함이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역시 '양'이었다.
식사를 마치면, 이제 다른 생산적인 활동을 해야 하는데,
난 접시를 말끔히 비우고도
양이 모자라서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식욕을 누르기 위해 다른 활동을 해봐도,
결국엔 참지 못하고 두세 접시를 비우는 일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무서운 속도로 비워지는 요거트 창고를 계속 채우려다 보니, 내 지갑도 계속 얇아졌다.
결국, 나는 (지갑을 지켜내기 위해) 요거트를 직접 담그기 시작했고,
이제는 처음부터 고봉밥처럼 넉넉한 양의 요거트를 푼다.
리필하러 가는 건 귀찮으니까.
이미 깊이 몸에 밴 습관을 바꾸는 건 쉽지 않고,
이를 새로운 습관으로 교체하는 건 더더욱 어렵다.
나의 경우, 음식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아침 시간을
조금 더 풍성하고 생산적인 루틴으로 채우고 싶었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도전해 본 일들은 다음과 같다;
일어나자마자 요가로 몸 풀기
세수와 피부관리로 기분 전환하기
일기 쓰며 생각 정리하기
짧은 공부로 뇌 깨우기
하지만 대부분의 시도는 3일 천하로 끝나고 말았다.
이런 실패를 마주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왜 난 자꾸 같은 굴레에 갇힐까?”
“나만 이렇게 서툰 걸까?”
자포자기하고 여느 때와 같이 입안에 요거트를 욱여넣던 어느 아침,
무심코 틀어놓은 팟캐스트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들은 팟캐스트에 따르면,
습관은 단순한 행동의 반복이 아니다.
- 습관은 우리의 뇌와 생활 전체에 관성처럼 스며든 힘이며, 그 관성을 거슬러 새로운 걸 시도하려면, 반드시 '마찰'을 겪게 된다.
그 마찰은 다양한 형태로 찾아온다;
새롭고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안,
스스로에 대한 의구심,
그리고 스스로의 에너지를 끌어내리는 권태와 무기력 등등....
이러한 내면의 '마찰'을 극복하지 못할 때마다,
마음은 자책감과 패배감으로 물든다.
하지만 신경과학자 앤드류 휴버만(Andrew Huberman)은
이 마찰을 줄이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린치핀 습관’을 제안한다.
린치핀(linchpin)은 바퀴가 부드럽게 돌아가도록 축을 고정하는 핀이다.
즉, 바퀴의 중심을 잡아주고 마찰을 줄이는 ‘구심점’이자 ‘윤활제’인 셈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힘든 일을 시작할 때 자신이 좋아하는 요소, 즉 린치핀 습관을 곁들이는 것만으로도 습관 형성의 장벽을 낮출 수 있다.
예를 들면, 달리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조깅을 시작하거나,
공부가 버거운 사람은 낙서로 개념을 시각화하는 식이다.
이처럼 ‘음악’, ‘낙서’와 같은 작고 사소한 것들이 린치핀 역할을 하며,
이들의 도움을 받으면 새로운 습관을 들이는 것도 한결 편해진다.
운동할 땐 오로지 운동에만 집중해야 하고,
공부할 땐 꼼짝 말고 책상에 붙어 있어야 하며,
글을 쓸 땐 그 자리에서 한 편의 작품을 써내야 직성이 풀린다.
하지만 진짜 꾸준함은,
스스로에게 작은 보상을 줄 줄 아는 사람에게 찾아온다.
의욕이 꺾이고, 의지가 시들해질 때
그 사소한 즐거움이 새로운 시작의 동력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요즘 내가 밀고 있는 새로운 습관은 '글쓰기'이다.
물론 예전에도 '글을 써보자'는 목표를 세워보았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정돈된 환경에서 오로지 '글쓰기'에만 집중하자'
'한 페이지 가득, 매일 장문의 글을 써내자'
와 같이 거창한 이상향을 세워놓고,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을 채찍질하기에 바빴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글쓰기’의 장벽을 낮추기 위해 ‘식사’라는 '린치핀 습관'을 활용하고 있다;
글을 쓸 때가 되면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차린 후,
그 옆에서 공책을 펼쳐본다.
아침에는 요거트와 사과를 곁에 두고,
입 안 가득 오물거리며 문장 몇 개를 끄적여 본다.
물론, 한 가지 일에 온전히 집중하는 게 이상적이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더라도, 뭔가를 시도하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
조금 느리더라도, 그렇게 나는 오늘의 나를 천천히 만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