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異名)
외로움에겐 수많은 이름이 있다.
그 이름은 때때로 ‘그리움’이고, 때로는 ‘미련’, 혹은 ‘침묵’이기도 하다.
과거의 내가 그리워지는 순간을 생각해 본다.
어설프게 자신만만했고, 불안할수록 더 큰 소리를 냈던 그 시절의 나.
그때 나는 외로움을 잘 몰랐다.
외롭다는 말을 꺼내기엔 자존심이 너무 셌고, 슬프다는 표현을 쓰기엔 세상이 무척 얕아 보였다.
하지만 어느새 나는 삶의 어느 모퉁이에서 고요히 서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마치 긴 그림자처럼 내 곁을 따라다니던 그 수많은 외로움의 이름들.
그것들이 결국 ‘나’라는 사람의 일부분이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어떤 날은 ‘후회’가 외로움이었다.
잡지 못했던 손, 전하지 못했던 말들이 떠올라 가슴이 아팠다.
어떤 날은 ‘침묵’이 외로움이었다.
누군가 내 곁을 떠난 자리에 남은 침묵은 그 어떤 소리보다 크고 깊었다.
그리고, 때론 ‘기억’이 외로움이었다.
사랑했던 사람과 보냈던 작은 순간들조차 돌이킬 수 없는 과거가 되었음을 느낄 때,
외로움은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내게 왔다.
우리는 살면서 끊임없이 외로움의 이름들을 바꾸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그 이름들이 달라질 때마다 우리는 조금씩 더 성숙해지고, 조금씩 더 고독을 이해하게 된다.
이제는 외로움을 무조건 부정하지 않는다.
외로움이란, 결국 누군가를,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고 사랑했던 흔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외로움의 또 다른 이름을 찾아본다.
그 이름들이 쌓일수록, 나는 조금씩 더 나 자신을 이해하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