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과 진심 사이에서
면접을 보다 보면 늘 비슷한 질문이 등장한다.
“당신이 존경하는 인물은 누구인가?”
익숙하지만 대답하기 까다로운 질문이다. 어느 분야의 면접이냐에 따라 모범답안도 달라진다.
관광통역안내사 면접에서는 세종대왕이 압도적인 1위다. 실제로는 세종의 업적을 깊이 알고 있지 않아도, 언어·문화 관련된 시험에서는 가장 무난하고, 면접관도 좋아하는 이름이다. 그 다음은 이순신 장군. 흔들림 없이 나라를 지켰다는 상징성 때문에 자주 언급된다.
기업 면접으로 가면 분위기가 조금 바뀐다. 정주영, 이병철 같은 창업주들의 이름이 돌아다닌다. 성장의 신화. 위기 돌파. 무(無)에서 유(有)를 만든 이야기.
‘이렇게 답하면 일단 성실하고 열정적인 사람처럼 보이겠지’ 하는 계산이 숨어 있다.
그런데 문득 생각하게 된다. 진짜 내가 존경하는 인물은 누구일까? 면접용으로 준비해 둔 인물이 아니라, 누가 “왜 그 사람을 존경하냐”라고 물으면 잠시 눈빛부터 달라지는 바로 그 사람. 아니, 애초에 우리는 ‘존경’이라는 감정을 얼마나 가진 채 살고 있을까?
요즘 세상에서 존경은 흔하지 않다. 부러움은 많다. 돈 많은 일론 머스크. 비현실적으로 잘생긴 차은우. 누군가는 그들을 ‘존경한다’고 말하지만, 그 안에는 부러움과 동경이 더 많이 섞여 있다.
존경은 다른 감정이다. 겉으로 보이는 결과보다 그 사람이 걸어온 과정, 선택, 태도에서 나온다. 누구보다 화려해서가 아니라, 누구보다 묵묵했기 때문에 생기는 감정.
어쩌면 우리는 ‘존경’을 너무 큰 이름에서 찾으려 했는지도 모른다. 역사를 뒤흔든 위대한 인물에게서만 찾을 필요는 없다. 나를 떠받쳐준 누군가, 어려운 순간에도 책임을 지는 누군가, 말은 적어도 행동으로 일관된 누군가?
면접에서 정답을 말하는 건 쉽다. 하지만 인생에서는 정답이 아니라 ‘진심’이 남는다. 그래서 나는 요즘 이런 생각을 한다. 존경은 거창한 업적에서 피어오르는 감정이 아니라, 살아가는 태도에서 조용히 태어나는 감정이다.
그리고 그 태도를 보여준 사람이라면 유명하든, 유명하지 않든, 누구든 나의 존경하는 인물이 될 수 있다.
면접 질문이 우리에게 던지는 진짜 질문은 이것인지도 모른다.
“당신은 어떤 사람을 닮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