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에 담보는 없다

결국 남는 것은 끝난다는 사실뿐

by 역마자

우리는 거래를 할 때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담보를 챙기고 보험을 들어둔다. 미래는 늘 예측불가능하고, 사람은 언제든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인간관계만큼은 믿음 하나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며칠 전에 보았던 중국 막장 드라마에선 여자가 남자에게 담보로 아이를 낳아주겠다고 한다. 드라마는 자극을 위해 만들어졌겠지만, 곱씹어보면 현실보다 덜 잔인하다. 현실에선 아이가 있어도 얼마든지 헤어지고, 아이조차 관계의 종지부를 막아주지 못한다. 아이는 담보가 아니라 그냥 또 다른 피해자가 될 뿐이다.


그럼 인간관계에서 담보가 될 수 있는 게 대체 뭐가 있을까. 약속? 언젠가는 변질되고 잊힌다. 시간? 오래 만났다고 꼭 오래가는 것도 아니다. 익숙함은 애정이 아니라 무관심을 낳는다. 신뢰? 한 번 금 가면 다시 붙여도 그 자국은 평생 남는다. 남에게 보이는 체면, 서로 얽힌 경제적 이해관계 정도가 그나마 관계를 버티게 하지만, 그것도 결국 마음이 정리되면 한순간에 무너진다.


사람은 결국 언제든 떠날 수 있다. 오늘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던 사람도 내일 아침이면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을 수 있다. 관계는 계약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강제력 없다. 법이 보장하는 혼인도 이혼 서류 앞에서는 종잇장에 불과하다. 자식, 추억, 희생, 헌신… 이 모든 건 붙잡기 위한 명목일 뿐, 서로가 마음을 거둬버리는 순간엔 아무 의미가 없다.


담보가 되는 건 없다. 그래서 우리는 적당히 믿고, 적당히 기대하고, 적당할 때 포기하는 법을 배운다. 한쪽이 마지막까지 잡고 있으면 바보가 되고, 더 오래 버틴 사람이 더 많이 다친다. 관계는 처음부터 불공평한 게임이고, 결국엔 각자가 이득을 계산하며 남을지 떠날지 결정한다. 진심은 숭고하지만 효율은 나쁘다. 감정은 아름답지만 수지는 안 맞는다.


그래도 사람들은 또 관계를 만들고, 또 사랑을 하고, 또 배신을 당한다. 담보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어쩌면 그건 낭만도 애정도 아니라, 그냥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적당한 자기기만일지 모른다. 잃을 게 없으면 불안하고, 붙잡을 게 없으면 외로우니까.


이 세상에서 확실한 것이 있다면 딱 하나다.

언젠가는 끝난다는 것.


그 사실만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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