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하는 삶, 평가받는 나

두려움을 다시 배우는 나이

by 역마자

우리는 매일 누군가를 평가하며 살아간다. 커피 한 잔의 맛을 품평하고, 동료의 발표를 판단하고, 길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의 얼굴이나 말투를 은근히 채점한다. 그러나 그렇게 남을 해석하는 데 익숙한 우리는 정작, 내가 어떤 기준으로 평가받고 있는지 모른 채 살아간다.


한때 나는 객관적인 나를 알고 싶다는 생각에, 특별한 이유도 없이 주기적으로 면접을 본 적이 있다. 취업 준비도 아니었고 이직을 염두에 둔 것도 아니었다. 그저 타인의 눈에 비친 나를 거울처럼 확인해보고 싶었다.


젊을 때의 나는 그 모든 과정이 가볍기만 했다. 면접에서 뭘 좀 못하면 어떤가, 부족하면 또 배우면 되는 거지. 그런 마음가짐 덕분에 면접관의 표정도, 불편한 침묵도 두려움이 되지 못했다. 모든 것이 대수롭지 않았고, 잘 보이려 애쓰지 않았기에 오히려 편안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나이가 쌓이면서 그 마음은 서서히 무게를 얻기 시작했다. 작년 자격증 실기에서 심사관이 던진 짧은 멘트에 손끝이 괜히 떨렸고, 올해 또 다른 자격증을 준비하며 모의 면접을 진행할 때도 여전히 긴장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나이가 들수록 더 잘해야 한다는 묘한 압박이 생기고,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나를 옥죄었다. 어느 순간부터 평가라는 단어는 나를 시험대 위에 묶어두는 족쇄처럼 느껴졌다.


돌아보면,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은 타인이 만든 것이 아니었다.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착각이었다. ‘이 정도 나이면 잘해야 한다’는 근거 없는 의무, ‘실수하면 안 된다’는 자기 검열이 나를 비좁은 틀에 가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젊을 적의 나에게는 능숙함이 있어서 두려움이 없었던 게 아니라, 실패에 대한 집착이 없어서 가벼울 수 있었던 거 아닐까.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받아들이던 마음이, 오히려 더 자유롭지 않았을까.


평가를 초월한다는 건 남의 시선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그 시선이 나를 흔들지 못하게 만드는 일일지도 모른다. 좋은 말 한마디에 들뜨지 않고, 날 선 한마디에 무너지지 않는 마음. 내가 나를 지켜내는 단단함.


어쩌면 평가가 두려운 지금의 모습 역시 내가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떨리는 손끝과 조심스러운 목소리는 부족함이 아니라, 내가 여전히 변하고 있다는 낭만적인 징표인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나는 평가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완벽함이 아니라 흔들림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단단함을 가진 사람. 오늘도 나는 그 길을 조금씩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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