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의 심술보 발단은 이러하다.
이혼한 아들과 어린 손자를 돌봐주시느라 함께 생활하셔서 당신 집처럼 편안해도 그렇지 이제는 새 며느리가들어와 지내는 집에 불쑥불쑥 쳐들어 오시는 시어머님 때문에 결국 남편과 결혼 후 첫 부부 싸움이 났다.
-당신 어머니한테 언제 말씀드릴 거야?
아니 수시로 갑자기 오시는 것도 모자라 아침 댓바람에오셔서 목욕하고 가시는 시어머니 본 적 있어?
한 번도 아니고 당분간 계속 그러신다는데 도대체 무슨생각이신 거야?
-내가 상황 봐서 잘 말씀 드릴께. 아 진짜 엄마는 왜 그러냐. 두 번씩이나 며느리들이 엄마 때문에 이혼했는데본인은 인정을 안 하셔. 미안해.
-아니 무슨 상황을 봐서 말을 해? 이게 상황을 봐서 할 말이야? 비밀번호부터 당장 바꾸고 엄마한테 말씀드려. 이제 여기는 나와 은정이가 살 집이고 엄마가 그렇게 불쑥불쑥 연락도 없이 현관문 맘대로 열고 다니시면 며느리들이 다 불편한 거라고 이번엔 잘 살아 보고 싶다고 솔직히 말씀드려!
-알았어. 오늘 목욕하고 가셨는데 바로 그러면 자기가 바로 흉본 거 같이 보이니까 상황 봐서 며칠 내로 말씀드릴게… 미안하다 정말…
아니 뭘 며칠 내로 말씀드린다는 건지.
평소 일처리는 정확히 하는 사람이 엄마 앞에서는 움츠러 드는 남편이 이해가 안 갔지만 나도 기다려 주기로 했다.
그러는 사이 시어머니는 이틀에 한 번에서 씻는 걸 핑계로 매일 오셨다.
반면 시어머니의 음식솜씨는……
남편이 연애하면서 미리 말해 줬다.
세상에서 엄마 음식이 제일 맛없다고.
그래서 최대한 집밥은 피한다고 했다. 온갖 핑계를 대고 저녁까지 해결한 후 퇴근을 하는데 주말은 집밥을 먹느라 곤욕이라 했다. 어린 영준이야 처음부터 할머니밥을 먹고 자랐으니 잘 먹었지만 바깥음식을 접한 남편은 어머니 음식이 맛없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어머님께 첫인사를 하러 갔을 때다.
잔뜩 상을 차려 놓으셨는데 너무 맛있어 보였다.
식사를 시작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 지고말았다. 어쩌지 밥이 너무 많은데…..
어떻게 다 먹지…. 일단 밥의 절반을 남편 밥그릇에 얹었다. 그새 그 모습을 본 어머님께서 말씀하셨다.
-밥이 많니?
-네 어머니 제가 양이 좀 적어서요. 음식 차리시느라 정말 고생 많은 셨겠어요. 너무 맛있어요. 잘 먹겠습니다. (뭐야 왜 거짓말을 하는 거야 )
-그렇게 조금 먹어서 힘이나 쓰겠니 부족하면 말해라.
-네 감사합니다.
그러는 사이 남편은 내 옆구리를 툭툭 치며 눈치를 준다. 자긴 어쩌라는 뜻인가 보지만 나는 무시했다.
그날 나는 밥 한술 물 한 모금 밥 한술 물 한 모금 겨우겨우 밥 반공기를 먹느라 밥과의 전투를 태어나 처음 치러봤다.
그런 어머니께서 자꾸 날마다 오시면서 반찬을 갖고 오시는거다. 찬호가 좋아한다. 영준이가 잘 먹는다.
그치만 밥상에 꺼내줘도 둘 다 전혀 먹지를 않아 냉장고에 반찬이 쌓여 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갑자기 냉장고를 열어 보신다.
-얘야 반찬이 왜 다 그대로 있니? 애들 밥 안 해 먹이니? 맨날 사다 먹니? 애들 좋아하는 걸로 힘들게 해다 주니깐 왜 다 그대로 있니. 너는 음식 배우려면 시간 좀 걸릴 거 같아서 일부러 힘들게 해다 줬더니 왜 안 먹이고 냉장고에 썩히고 있어!
-어머니 오빠랑 영준이가 잘 안 먹어서요.
-안 먹긴 왜 안 먹어 걔들이 좋아하는 것만 해다 주는데 네가 안 챙겨 주니깐 안 먹는 거겠지.
내가 이러니 안 와볼 수가 없다니깐. 애들 사 먹이지 말고 집에서 밥 해 먹여라. 알겠니?
-네..
‘아니 맛없어서 안 먹는다는데 버리기 아까워서 그냥 뒀더니 앞으로 싹 다 버려야겠네 아휴 진짜 왜 저러신담 ‘
그날 저녁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은 내게 또 시달렸다.
-아니 자기랑 영준이가 먹기 싫어서 안 먹는 반찬을 어머님이 내가 안 챙겨 준다고 뭐라 하시잖아.
며칠 더 있다간 나 쓰러질 거 같으니깐 당장 말씀드려.
현관 비번부터 이제 바꾼다고 말씀드리고 앞으로 오 실일 있으면 미리 연락 주고 오시라고 해.
지금 당장 밖에 나가서 전화드리고 와!
내가 시킨 거처럼 하지 말고 그냥 이렇게 말씀드려.
“엄마 왜 자꾸 집에 말도 없이 오시냐 그럼 며느리들이 누가 좋아하냐 나 이제 또 이혼하기 싫다. 은정이랑 잘 살고 싶다. 은정이가 착하니까 엄마가 불쑥불쑥 찾아와도 뭐라 안 하고 있지 티브이도 못 보셨냐. 자꾸 이러시면 이혼감이다. 이렇게 오빠 생각인 거처럼 말씀 드려 알았지!! 최대한 내가 시킨 거 같지 않게 말이야!!! “
-응 알겠어. 전화하고 올게
잠시뒤 남편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들어왔다.
어머니가 “싹수없는 놈”이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이제 나랑 살아야 하는데 별수 있나!
남편은 전처와 시어머니가 이런 상황이 생기면 그땐 중간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라 무조건 엄마 편을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또 이혼의 아픔을 겪고 싶지 않기 때문에 중간에서 잘하기로 나와 다짐했다.
아무튼 이날 저녁 우린 바로 현관 비밀 번호를 바꿨고
시어머니의 심술보가 시전 되고 있음을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