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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의 예고 없는 방문 (침입)

by 은나무


남편은 전처와의 신혼집에서 아들 영준이와 시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다.


나와 결혼을 하고 그 집을 정리하면서 새집으로 이사하려 했으나 여러 사정상 당장에 집을 정리하지 않기로 했다. 있던 살림에 내가 갖고 있던 살림을 합쳐서 일단 신혼살림을 꾸렸다.

시어머니 께서 도맡아 하시던 살림살이를 내가 가져온 살림과 같이 정리하고 익히느라 한동안 정신이 없는 며칠이 흐르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가장 중요한 현관 비밀번호 바꾸는걸

깜박했다.



남편은 아침 7시에 출근을 했다.

영준이는 9시 반쯤 어린이집 등원차를 집 앞에서 태우고 그 뒤로 나는 새로운 살림살이에 적응하는 시간을 갖으며 낯선 집에서 지난 안주인들의 흔적을 지우느라 바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남편이 출근하고 얼마뒤, 현관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들린다. 남편이 출근한 뒤 아직 자고 있는 영준이와 나도 잠시 침대에 누워서 쉬고 있었다.

그런데 문 여는 소리에 남편이 두고 간 물건이 있나 보다 하고선 거실로 나온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어! 어 어 어머니!!!


-아직도 누워있는 게냐? 아범은 아침은 먹여 보냈니?


-아 네 아침 먹고 출근했어요. 영준이 아직 등원 시간 남아서 잠시 쉬고 있었는데 연락도 없이 어머니 이 시간에 웬일이세요?


-내가 남의 집에 오는 것도 아니고 연락을 해야 하니?

영준이 등원시키려면 애먹일 밥도 하고 해야지 살림하는 여자가 여태 누워서 뭐 하는 거냐! 내가 너 이러고 있을까 봐 일찍 왔다. 자 이거 받아라. 영준이 좋아하는 반찬이랑, 아범 좋아하는 거 싸왔다.


-아 네 그러셨구나. 그래도 연락은 주시고 오시지…

깜짝 놀랐어요 어머니.


-놀랄게 뭐 있니. 이 집에 누가 또 올사람 있는 것도 아니고 네가 이 시간에 어디 갈애도 아니고 내가 못 올 곳 온 것도 아니잖니. 그리고 네가 혼자 살다가 이런 가정 살림은 해본 적이 없었을 거 아니냐. 내가 좀 가르쳐 주려고 왔다.


갑자기 들이닥친 시어머니는 잔뜩 만들어 오신 반찬들을 내게 던지듯 주시곤 영준이 방부터 가셨다.


-영준아 할머니 왔다. 아이고 우리 영준이 할머니가

어젯밤에 보고 싶어서 한숨도 못 잤는데 우리 영준이는 잘 자네. 우리 영준이 할미가 맨날 보고 싶어 혼났어.


자고 있는 아이 앞에서 어머니는 며칠 전 교회에서 만났는데 보고 싶어 혼났다며 아이를 깨우고 계셨다.


이 무슨 아침부터 날벼락인가!

”사랑과 전쟁 “ 에서나 보던 시어머니를 보는 듯했다.


결혼 전에는 몰랐다. 그저 풍채가 크시고 허탈하시고 인상도 서글 서글 하시며 오랜 신앙생활과 기도로 자녀들을 키우신 분이라 생각했다. 남편과 아주버님이 이혼한 이유도 다들 사정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고부갈등 없는 시어머니와 며느리사이가 어디 있나 싶었다.


그런데 , 살림을 합치고 며칠뒤 갑자기 들이닥친 시어머니의 등장에 뒷목이 서늘해진다.


호랑이 오권사님의 시집살이가 어떨지 갑자기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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