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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빨 빠진 호랑이 시어머니??

by 은나무


-자기야 이제 자기랑 결혼하기로 했으니 솔직히 말할 게 있어. 사실 우리 엄마가 좀 유별난 시어머니야.

며느리들이 다 학을 떼고 떠났어. 영준이 엄마도 사실 나랑 영준이 한테 미안하지만 우리 엄마 때문에 도저히 참고 살기 싫다고 이혼한 거야. 형수도 엄마 때문에

상처받아서 이혼했던 거고……


-왜? 모든 시어머니들이 다 그런 거 아냐?

고부갈등이야 다 있잖아.

걱정 말아. 나 알잖아. 싹싹하게 잘할게.

나는 자기 전처나 전 형수랑은 다르지.

똑같은 여자 아니니깐 걱정 마러.

어른들은 다 나 예뻐하셔.


결혼을 하기로 마음먹고 남편은 슬금슬금 어머니 이야기를 자주 꺼내기 시작했다.


엄마 성격이 불같다.

웬만한 남자들하고 몸싸움해도 이긴다.

엄마가 젊었을 때부터 사업을 하셔서 통이 크시다.

큰손이다.

말을 필터 없이 하시지만 뒤끝은 없다.

사람들이 상처를 잘 받곤 하지만 사실 속은 여리다.

등등등 기회가 생기면 어머니 이야기를 꺼내곤 했다.


그러면서 내게

“걱정 마 이제는 엄마도 이빨 다 빠진 호랑이야”라고

안심시켰다. 나는 도대체 얼마나 시어머니가 무섭길래 남편이 틈만 나면 나에게 그럴까 싶었다.


하긴 이때 나는 남편에게 내 손톱 발톱 다 숨기고 순종적인 여성상 인척 남편을 만나고 있었는데 이때 순진한남편은 그런 나를 보며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은정이한테는 내가 큰소리치며 살 수 있겠다.’


그간 만나왔던 여자친구들이나 이혼한 전처도 너무 기가 세서 늘 여자들 등쌀에 기가 눌려 살았다고 했다.


그런 와중 나는 작고 나긋나긋하고 참 순종적인 여자처럼 보였다고 일생일대 가장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


남편은 그런 내가 겪게 될 시어머니의 성격이 몹시도 걱정이 되었던 거다. 기 센 며느리들도 다 못 견디고 나갔으니 남편눈에 작은 내가 얼마나 걱정이 되었는지 틈틈이 어머니이야기를 하느라 참 많이도 애를 썼다.




우린 결혼식은 따로 하지 않기로 했다.

남편도 재혼이라 조용히 하고 싶었고 나 또한 엄마 말고 초대할 친인척이 따로 없었다.

시댁 식구들에게 초라해 보이기 싫었다.


그래도 남편 친구들, 내 친구들에게 따로 인사는 하기로 하고 먼저 남편의 친구들 모임에 인사하러 갔다.


소개를 마치고 서로의 안부를 나누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찬호야! 어머니 여전히 정정하시지?

-찬호네 엄마가 우리 엄마들 중 젤 무섭지 않았냐?

-우리 중고등 학교 때 민석이 엄마랑 두 분이 아주 박빙이셨지.

-아냐 찬호 엄마가 더 강했어.

-찬호네 엄마는 진짜 장난 아니셨지.


-야 이제 우리 엄마도 이빨다빠진 호랑이 신세야 예전 같지 않으셔.


친구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어머니 이야기는 빠지지 않았다. 나는 궁금해졌고 갑자기 막 도전 정신이 생겼다.


나는 어릴 때부터 어른들에게 싹싹해서 이쁘다 소리 많이 들었다. 그래서 왠지 이쁨 받을 자신이 있었다.

내가 또 착한 걸로 누구한테 뒤지지 않는다 생각하며 살았다. 그래서 더 나는 여느 며느리랑은 다를 거라 자신 만만했다.


그리고 아들들이 한 번씩 이혼도 했고 남편 말로는

이빨 빠진 호랑이라는데 뭐 얼마나 무섭겠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빨이 다 빠져도 호랑이는 호랑이다.

그 사실은 결혼 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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