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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노미 Oct 04. 2024

달리기만큼이나 수영도 좋아

수영을 늦게 시작했다. 어릴 때 학교에서 생존수영 수업을 받았지만 물에 뜨는 것조차 무서워서 겨우겨우 수영장을 탈출하듯 배웠다. 그러다 사회생활을 하고 해외여행을 하기 시작하면서 수영을 잘하고 싶다는 갈망이 생겼다. 수영을 할 줄 알면 할 수 있는 레저활동의 폭도 넓어졌기 때문. 뭐든 스스로 동기 부여가 되어야 의욕이 생기는 나는 수영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타의가 아닌 나의 욕구에 의해 배우게 되었다. 어릴 때 목욕탕에 가면 몸에 느껴지는 물의 부력이 낯설었는데, 알고 보니 나는 생각보다 물을 참 좋아했다. 


아무튼 나의 수영은 20대 후반에 2개월 간 자유형과 배영을 배운 뒤로 30대 초반에 다시 초급반에 들어가 자유형-배영-평영-접영 초반까지 배우게 되었다. 접영을 할 때 허리에 무리가 나는 느낌 때문에 중단했지만 수영을 배우고 자유형과 배영, 평영은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어 기뻤다. 수업은 따로 듣지 않았지만 토요일 시간이 날 때마다 자유수영을 나가며 수영 실력을 갈고닦았다. 수영을 잘하고 싶어 유튜브로 영상을 보며 스킬을 습득하기도 했다. 


여행을 할 때 숙소는 가급적 수영장이 있는 곳으로 선택한다.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의 동남아시아 국가는 호텔이 아니어도 대부분의 숙소에 수영장이 딸려 있어 수영장이 있는 숙소를 선택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6개월 간 지낼 때는 수영장이 있는 숙소에서 홈스테이를 했다. 매일 저녁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며 물과 친해졌다. 태국 방콕과 파타야 끄라비를 여행할 때는 외국인들이 머리만 내놓고(일명 개헤엄?) 물에 둥둥 떠 수영하는 걸 보고 부러웠는데, 그런 수영을 알려주는 수영장은 없어서 아직도 그것만큼은 하지 못한다. 호주 여행을 할 때도 일부러 수영장이 있는 호텔을 선택했다. 헬스장만큼이나 수영장은 나에게 숙소를 선택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되었다. 베트남 여행을 할 때도 수영장이 있는 숙소에서 지내면서 1일 1 마사지만큼이나 1일 1 수영을 즐겼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묵은 숙소의 수영장 모습. 한낮의 수영장은 매우 한적하다.


수영을 할 줄은 알지만 잘하지는 못한다. 물 만난 물고기처럼 자유자재로 수영을 하는 것은 나에겐 먼 일 같다. 레일 끝에서 끝까지 자유형이든 배영이든 평영이든 쉬지 않고 갈 수 있는 정도가 딱 내 수준이다. 갔다가 바로 다시 건너오는 것이 할 수 있고 없고를 떠나 심리적으로 아직 허용되지 않은 범위인 것이다. 수영장에 가면 속도가 빠르진 않지만 끊임없이 레일을 왕복하는 어르신들을 보는데 그분들이 나는 신기할 따름이다. 자유롭게 호흡을 다스리는 모습. 나는 언제쯤 힘 들이지 않고 물에 자유롭게 떠 다닐 수 있을까? 


호흡을 다스려야 하는 측면에서 달리기와 수영이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달릴 때도 호흡이 중요하다. 나는 아직 초보 러너인지라 적절한 호흡법을 찾아가는 중이다. 처음에는 코로 2번 마시고 입으로 2번 내쉬는 형태로 달렸는데, 지금은 그것보다는 조금 더 편안한 호흡을 하고 있다. 심박수를 낮추는 것과 비슷한 목표로 연습 중이다. 수영을 할 때도 숨을 충분히 다 내뱉은 후 다시 숨을 들이마실 수 있도록 연습하는 중이다. 숨을 아끼는 버릇이 있는 나에게는 숨을 다 뱉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비움이 있어야 채움도 있는 법. 숨을 다 내뱉지 않고 다시 들이마시는 것을 반복하게 되면 과호흡이 와 호흡이 불안정해진다. 숨을 쉬는 것도 정석이 있다는 것을 운동을 하면서 배워간다. 


수영을 잘하지는 못해도 달리는 것만큼이나 수영을 좋아한다. 물속에서의 자유로움은 땅 위에서 두 발을 내딛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즐거움이 있다. 또한 달리기로 경직된 팔다리를 물속에서 휘저으며 누리는 자유는 해방감을 느끼게 해 준다. 물론 기록을 재듯 빠른 수영을 할 때와는 다른 이야기이다. 나에게 수영은 릴렉스를 위한 운동이지 다른 목적의 운동은 아닌 것이다. (수영 실력이 늘지 않는 것은 그래서인지도..?) 


일상 속 어느 곳에서건 나는 달리기와 수영을 할 수 있다. 그것은 내가 여행을 할 때 낯선 곳을 익숙한 곳으로 만드는 한 가지 방법이기도 하다. 오늘도 나는 달리기와 수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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