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속도로 달리기

회사 동료들과 쉬는 시간에 달리기 이야기를 했다. 요즘 달리기가 붐인 만큼 사내에도 러닝을 즐기는 몇몇이 있다. 그중에는 마라톤대회에 나가 5km를 함께 달린 동료들도 있었다. 달리기는 페이스가 비슷한 러너들이 러닝크루로 함께 달리기도 하지만 보통은 자신의 속도로 자유롭게 달릴 수 있는 운동이기에 혼자서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운동이다. 마라톤 대회를 함께 신청하더라도 함께 달리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특히 페이스메이커가 아닌 이상 상대의 속도에 맞춰서 달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도 하다. 각자의 속도로 목표한 거리를 달리는 것이 유일한 목표일 뿐. 그 와중에 기록이 조금씩 향상된다면 그 희열은 온전히 나의 것이 된다.

함께 마라톤에 나간 동료 세명은 서로의 스피드가 정말 달랐다. 한 명은 100m 달리기를 하는 양 빠르게 뻗어 나가 1km를 4분 대에 달렸고, 또 다른 한 명도 5분대로 달렸다. 마지막 한 명 조차도 6분대에 달렸다. 1km당 7분대에 달릴 때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나로서는 그들의 속도가 무슨 마라톤 선수 같은 이야기였다. 나도 아직 훈련이 덜 되어서 그렇지 키로 당 5분대로 달리는 날이 올지도? 살짝 멀지 않은 훗날을 기대해 보기도 한다. 

사진: Unsplash의Anastasiya Badun

마라톤 대회에 나간 이야기를 듣다 보면 빠르게 달려 나가는 러너들을 보며 자신도 더 빨리 달려야 하지 않을까 조급해졌다는 이야기도 어김없이 듣게 된다. 어찌 되었든 내 바로 앞에 있는 사람을 따라잡아보겠다는 생각은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달리기를 하면 할수록 상대의 속도와 나의 속도를 비교하는 것은 바람직한 달리기는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선수로서 10위권 안에 드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면 마라톤 대회에 나가 남보다 빨리 달리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일일까? 각자의 속도와 호흡이 있는 법인데 그 속도마저 다른 사람의 속도에 맞추는 것이 달리기의 진정한 목표는 아닐 것이다.

나의 속도로 달리다가 어느 순간 앞에 있는 선수를 앞지르게 될 때의 쾌감이 작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목표는 아니기에 끝까지 나만의 속도로 쉬지 않고 달리는 것. 그것이 내 달리기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모든 러너들이 그렇게 무리하지 않고 끝까지 걷지 않으면서 각자의 속도로 달리는 러닝을 즐겼으면 좋겠다. 아! 이게 아니더라도 각자의 목표를 세우고 즐거운 러닝을 계속 이어나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