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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Oct 12. 2021

하코네/ 아사쿠사

잿빛 추억 컬러링(10)


하코네/ 아사쿠사 기행    


방문 이튿날, 하코네를 대표한다는 관광지로 화산지대인 오와쿠다니로 향했다. [하코네]는 도쿄에서 2시간 거리의 가까운 곳이기도 하고 주변경관이 좋아 맑은 날에는 일본 명산인 후지산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온천이 유명한 관광지이다.     

 

□  오와쿠다니(大通谷)



해발 800m에 위치해 있는 하코네(箱根)는 “상자모양의 뿌리”라는 뜻인데, [하코네]가 화산폭발로 생긴 분지지형이라는 것을 연상해보면 이름과 딱 맞는 곳이란 느낌이다. 유황성분이 가득한 하코네(はこね) 온천은 특히 피부미용에 좋은 온천이라고 한다.



오와쿠다니(おおわくだに)는 일본 가나가와 현, 남서부 하코네에 있는 분화구인데, 오-와쿠(大涌)란 "크게 용솟음치다"라는 뜻으로, 다니(谷)는 계곡을 의미한다.



이곳은 약 3,000년 전에 수증기가 폭발하며 만들어 낸 분화구로, 마치 연기처럼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희뿌연 수증기가 용출되고 화산 중심부의 지하에서 유황이 끓어 그 냄새가 코를 찌르는 화산활동의 흔적이 현재까지 남아있는 곳이다.


오와쿠다니

오와쿠다니는 이곳 주변에 살던 옛사람들이 이곳에서는 도저히 사람이 살수 없다고 하여, 지고쿠(地獄)로 부르며 두려워했다고 전해진다.



오전 9시경 산길 산책로 언덕을 오르는 동안 능선을 따라 펼쳐있는 갈대숲 사이로 바람을 타고 하늘로 솟아오르는 유황연기와 함께 아스라이 번져오는 유황냄새가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없는 매우 색다르고 신비하게 느껴지는 곳이었다.  



대용곡(大涌谷)이라 불리는 정상에 오르니, 안개와 바람이 세차게 불며 산 아래 사방 언덕에서 유황연기가 뽀얗게 드러나 보인다. 분화구에서 올라오는 열기로 인해 물이 끓어오르는 온천 못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유황성분의 온천수에는 검은 계란이 삶아지고 있다.



계곡정상 휴게소에는 까만 달걀을 홍보하는 안내판이 있는데 한국어로 적힌 환영사가 눈에 띈다. 유황수에서 껍질이 까맣게 익은 검은 계란은 온천수의 철분과 황화수소가 결합해 검게 된다고 하는데, 그 때문인지 하나를 먹게 되면 7년을 더 오래 살수 있다고 한다.



[오와쿠다니 계곡]은 유황연기가 피어오르는 경이로운 온천의 진원지이자, 산성토양에 특이한 대자연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으로 여행의 재미가 더해지는 곳이었다. 봉지에 담긴 검은 계란(黑たまご)을 사서 일행들과 함께 먹어보며 장수를 기원해본다.



□  시노코()


이어 하코네 산중턱에 강물처럼 펼쳐져있다는 아시 호(Ashi 湖) 인근으로 내려와 케이블카를 타고 호수 선착장에 도착했다. 하코네의 중앙에 있는 아시노코 역시 화산활동으로 인해 생성된 곳이다.


Ashi 湖

이곳은 3000년 전 하코네의 가장 높은 봉우리 카미야마의 대폭발로 생겨난 호수이다  보니 해발 800여m 높이에 위치한 17.5km 둘레의 거대한 호수이다. 호수주변에는 해적선이 드나들었다는 도겐다이 항(桃源台港)이 있다.



아시노코(あしのこ)는 후지산을 조망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이자, [하코네] 일대에서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산속에 담겨진 드넓은 호수는 생경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주변에는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어 맑은 공기와 평화로운 경관을 간직한 곳이었다.



끝 모를 호수에는 17세기 유럽에 존재했다는 전함을 본 따 만든 “해적선” 모양의 관광선박과 작은 보트가 느린 물살을 가르고 있다. [아시노코]의 푸른 호수 위를 달리는 하코네 해적선은 17~18세기 붉은 전투함의 모양을 갖추고 있다.



빨간색 해적 유람선에 오르니 초등교 학생들이 가을소풍을 나온 듯 했는데 일행들과 함께 갑판으로 나와 40여 분간 [아시 호] 주변풍경을 만끽한 뒤, 12시경 버스에 올라 도쿄시내로 향했다.


2시간을 달려 도쿄시내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Rainbow Bridge가 있는데, 그 자태가 꽤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도쿄만을 가로질러 오다이바(お台場)와 도쿄 시내를 이어주는 [레인보우 브리지]는 자동차와 열차가 동시에 다닐 수 있는 복합식 현수교이다.


Rainbow Bridge

1993년 길이 570m, 높이 50m로 개통된 다리는 8차선 도로와 2개의 레일로 이뤄져 있다. 보행자 보도는 남쪽과 북쪽 통로로 있는데, 북쪽통로를 건너면 도쿄타워를 볼 수 있고 남쪽통로를 지나면 [도쿄만]과 [후지산]을 조망할 수 있다.


Tokyo Tower

도쿄인근 외곽도로에는 단정한 거리의 도시가 보이는데 건물대부분이 10층 이하로 지어져있고, 주택사이로 [납골묘]가 작은 규모로 산재돼 있다. 혐오감 없이 도심에 묘를 쓰는 것이 이채로워 보였는데, 이는 사유재산이기에 정부의 간섭이 불가하다고 한다.


납골당

외곽 시내거리에는 행인이 보이질 않는데 건물 옥외간판에 여성상반신 나체광고를 걸어놓은 것이 독특해 보인다. 도쿄시내에서 지하철로 15분 거리에 소재한 중‧저층 [주상복합 아파트]들이 눈에 띠는데 월세가 15만 엔(95年)이라 하여 매우 충격적이었다.



도쿄시내의 차량정체로 시부야, 신주쿠, 긴자를 빠져나오는 동안 “사채업자 카드광고”라는 길거리 대형 간판이 눈에 띄는데 도쿄에만 40여개 간판이 있다고 한다. 오후 2시 30분 점심식사를 끝내고 고쿄(皇居) 주변과 잘 정돈된 도심공원을 둘러보았다.


산와 파이낸스 옥외광고

도쿄시내 중심에 있는 황궁주변을 둘러보는 것은 일반관광의 기본코스다. 천황이 살고 있는 황거는 궁 안을 볼 수 없기에 황궁을 잇는 니주바시(二重橋)가 통제돼 있다. 황궁성벽 주위도 해자(垓字)로 둘러져있어 외부에서 성으로 침입하기 힘든 구조로 돼있다.   


황궁을 잇는 나주바시

일반인의 궁 출입은 새해첫날과 천황생일에만 개방한다고 한다. 황궁은 본래 에도(江戸)시대 "도쿠가와" 쇼군 성이었으나, 메이지유신부터 천황의 거처가 됐다. 도쿄중심에는 인공수로가 많은데, 이 수로들은 에도시대 교토의 수도를 도쿄로 옮기며 건설됐다 한다.


황궁성벽 해자

□  아사쿠사(浅草)


황궁이 있는 지요다(千代田) 구는 23개의 특별구 중 하나로 수상(首相) 관저와 중앙부처 등이 모여 있는 일본 정치‧행정의 중심지이다. 도쿄 중심부를 둘러본 뒤 4시경 센소지(浅草寺)를 중심으로 한 전통관광지인 아사쿠사(あさくさ)로 향했다.



아사쿠사는 제2차 세계대전 이전 도쿄 제일의 번화가였으나, 관동대지진과 전화(戰災)로 폐허가 되기도 했다. 일본경제 고도성장으로 신주쿠, 시부야가 도쿄를 대표하는 번화가가 됐지만, 다시 재건을 꾀해 지금은 에도시대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관광지였다.


가미나리몬(雷門)

[아사쿠사] 대표적인 상징물로는 센소지 입구의 가미나리몬(雷門)이 있다. 문 좌측 뇌신(雷神)과 우측에 풍신(風神)이 있는데, 이 신들은 [센소지]로 들어오는 귀신과 액운을 막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뇌신(雷神)과 풍신(風神)

가미나리몬은 [아사쿠사] 관광의 출발점으로 이곳을 지나 [센소지]로 들어가는 길 양쪽에는 일본의 민속품을 비롯해 기념품과 먹거리를 판매하는 나카미세(仲見世通) 상점가가 쭉 뻗어 늘어서 있다.


나카미세 상점가

이곳은 에도시대부터 내려오는 전통상점가로 지금까지 깨끗하게 보존돼 있는데 주로 전통의류 기모노와 인형 등 기념품을 판매하는 곳이 많아, 구석구석에서 일본의 오랜 세월을 느끼게 하는 공예품과 전통 먹거리들을 발견할 수 있다.



여기저기 일본을 느끼게 하는 볼거리와 먹거리가 많은 나카미세(なかみせ) 거리는 마치 우리나라 인사동의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곳이다. 이 거리가 끝나는 지점에 센소지 정문에 해당하는 호조문(宝蔵門)이 있는데 붉은색이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호조문(宝蔵門)

[센소지]는 도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사찰로 628년 스미다 강에서 어부형제가 던져놓은 그물에 걸린 관음상을 모시기 위해 사당을 지었고. 승려인 “쇼카이”가 645년 절을 세웠다는 유래가 전해지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소실돼 1960년 이후 재건되었는데, 도쿄의 전통미를 보기 위한 관광객들과 복을 빌기 위해 찾아오는 일본인들로 항시 북적인다고 한다.


센소지 본당

호조(ほうぞう)을 지나 왼쪽에 석가모니의 사리가 안치돼 있다는 5층탑을 거치면 관세음보살을 모신 [대웅전]인 본당이 나타나는데, 본당 앞에 위치해있는 커다란 향로 죠고로(常香爐)에는 향 다발을 꽂고, 퍼져 나오는 연기를 온몸으로 쐬려는 방문객들이 북적이고 있다.


죠고로(常香爐)

이곳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몸에 쐬면 아픈 곳이 낫는다는 말이 전해져,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고 한다. 향로 우측에는 데미즈야(手水舎) 샘물이 마련돼 있어 청동 용(龍) 입에서 샘물이 나오고 있는데 이 물은 손을 씻고 입을 헹구는 것으로 마시는 물이 아니다.


데미즈야(手水舎)

센소지 본당에 올라가 소원을 빌려면 반드시 먼저 해야 할 일이 속세에서 더러워진 손과 입을 데미즈야(てみずや)에서 정갈하게 씻은 후에 본당에 올라 관음상에게 빌어야 한다고 한다. 그밖에 [센소지]에는 창건 인물들을 모시는 아사쿠사 신사가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다.


센소지 5층탑

[센소지 본당]은 2층 규모로 크기도 하지만 외관이 가파르게 치솟은 지붕에 날렵함이 독특해 보이는데, 가분수처럼 높이 치솟은 “용마루”가 한국인 눈에는 익숙지 않은 모양이기에 이국적인 멋스러움으로 다가온다. 저녁식사 후 도쿄시내 숙소로 이동한 뒤 다음날 [도쿄지점] 방문을 위해 하루에 여정을 조용히 마무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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