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4일 맛집탐방
10월 5일 15시 제주항공에 올라 한 시간 뒤 제주도에 착륙했다. G2번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안내데스크에서 렌트카 정보를 확인한 뒤 GATE 3을 빠져나와 신호등 건너 [렌트카 하우스]로 이동했다. 표지판 안내에 따라 하우스 3구역으로 이동해 셔틀버스를 타고 [탐라렌트카]에 도착했다.
제주도 첫날, [이마트 제주점]에서 사흘간의 장을 본 뒤, 어둑해진 무렵 20여분을 달려 소문난 고등어회 맛집 “모슬포해안도로식당“에 도착했다. 이 식당은 공항에서 멀지않은 제주시내에 있는 가게로 김에 싸먹는 고등어회가 일품인 가게이다. ☞ 제주 제주시 신대로18길 16 ☏ 064-794-7665
골목길을 들어서자 아담한 가게가 보이는데, 가게 앞에 차 하나만 댈 수 있기에 주변골목 적당한 곳에 주차를 하면 된다. 식당위치가 모슬포가 아니고 해안도로에 있는 것도 아닌데 가게이름이 [모슬포해안도로식당]이다. 가게주인에게 물어보니 이전에 가게가 모슬포에 있어서 그냥 그 이름으로 정했다 한다.
가게 안에는 2018년부터 달고 있다는 [블루리본] 스티커가 4개나 붙어있어 식전부터 口味가 당겨지는 곳이었다. 블루리본 1개는 상위 10~40% 식당이고 2개는 상위 10%의 식당에 주어지는데 전문가들이 별도 평가해 선정한다고 한다. 네 개의 블루리본 때문에 믿고 먹을 만 하겠다는 기대감으로 한껏 부풀었다.
이자카야에서 고등어회를 먹어봤지만 대부분 활어가 아니고 죽은 고등어로 초절임한 시메사바(しめさば)이다. 통상 고등어회는 약간의 비린 맛이 있는데 이 가게 고등어는 주문하면 수조에서 꺼내 즉시 손질해 주기 때문에 비릿하지 않은 싱싱한 고등어 회를 맛볼 수 있다.
8만원 가격이 비싸게 느껴졌지만 두께가 두툼한 생 고등어 회를 김에 얹어 마늘과 고추를 올려놓고 기름내 고소한 양념 밥과 싸먹는 것이 별미였다. 가게 주인이 추천해준 무생채랑 싸먹는 조합도 비린내 없이 뒤 맛이 개운한 것이 미슐랭 가이드가 따로 필요 없었다.
시장에서 한 마리씩 포장해 파는 고등어회와는 전혀 다른 맛이다. 양파부추 양념장도 맛있고 미나리 무침 밑반찬도 감칠맛이 있다. 2시간 30분가량 머물며 웃고 떠들며 고등어회 시식으로 배를 채운 뒤 우럭매운 탕과 자리돔 물회로 끝마무리를 했는데 한번쯤 꼭 찾아볼만한 마성(魔性)의 맛집이다.
잔뜩 배를 불린 저녁시간 서귀포로 40여km를 내달려 남원읍에 소재한 금호 제주리조트에 도착해 여장을 풀었다. 이곳은 [남원포구]에서 [쇠소깍]까지 이어지는 제주올레길 5코스 길목과 연계돼있는 숙소이다. 서귀포 이튿날은 서귀포에서 제일 크다는 “매일올레시장”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먹거리시장을 둘러봤다.
이곳에는 감귤, 갈치, 오메기 떡, 옥돔 등 제주특산물을 흔하게 볼 수 있는 서귀포 전통시장이다. 시장위치가 서귀포 시내 한가운데 있어 시내호텔에서 묵는 사람들은 걸어서 오갈 수 있는 곳이다. 주변에 천지연폭포, 정방폭포, 이중섭 거리가 있어서인지 올레시장 쇼핑객 중에 여행객들이 더 많아 보인다.
10월부터 1월까지 제철인 귤을 아들며느리와 사돈에게 선물하기 위해 귤 가게를 찾았다. 밀감이라 불렸던 귤은 옛날 어른들이 미깡(みかん)이라 해 어린 시절에는 이 말이 제주도 방언인줄 알았다. 예전에는 오렌지빛깔 귤이 다 익은 것인 줄 알았는데 초록색 귤인 [그린향]도 품질에 문제가 없는 것이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초록색 귤은 덜 익은 것으로 알고 안 사먹다 보니, 귤을 따자마자 착색을 돕는 에틸렌가스를 강제로 뿌려 오렌지빛깔로 만들어 버린다고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에 방영된 바 있다. 1960~70년대에는 감의 떫은맛을 없애고 빠르게 홍시가 되도록 카버이트를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카바이트가 중금속을 함유한 위해성 물질로 알려지면서 홍시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확산되었던 일도 있었다. 최근에도 일부 중간상인들이 유통과정에서 '카엑스'라는 연화제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인체에 무해하다고 한다. 시장보기를 마치고 오전 남는 시간에 인근에 있는 “쇠소깍”을 둘러보았다.
쇠소깍은 한라산에서 흘러 온 물줄기가 제주도 남쪽으로 흐르는 효돈천의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효돈천의 담수와 해수가 만나 생긴 깊은 웅덩이가 바로 쇠소깍이다. [쇠소]는 소가 누워있는 모습의 연못이고, [깍]은 마지막 끝을 의미한다고 한다.
쇠소깍은 2016년 제주올레길 1코스를 거쳐 이곳 식당에서 하루를 머문 뒤 6코스를 시작했던 출발지였기에 더욱 반가웠다. 쇠소깍은 오랜 옛날에 가뭄을 해소하는 기우제를 지내던 신성한 땅이라 하는데, 양 벽에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둘러져있고 그 위로 숲이 우거져있어 신비한 계곡처럼 느껴지는 곳이다.
쇠소깍 바위를 비추는 민물은 유난히 푸르고 맑아 짙은 암회색의 기암괴석과 절경을 이룬다. 또한 쇠소깍 다리는 제주올레길 5코스와 6코스를 연결하는 곳이어서 올레꾼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산책로를 따라 계속 내려가면 검은 모래로 유명한 하효(下孝) 쇠소깍 해변에 이른다.
점심은 쇠소깍서 차로 5분거리에 있는 “탐나는식당 몸국 고사리해장국 신효점”을 찾아갔는데, 향토음식점이기에 제대로 된 제주음식을 맛볼 수 있다. 가게 내부는 정갈한 분위기이며 식당 앞에는 넓은 주차장이 있다. [고사리해장국]은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육개장 느낌에 독특한 제주도식 비주얼이다.
푹 삶아져 형체를 찾아볼 수 있는 흐물해진 고사리와 고기가 어우러진 걸쭉한 국물 맛이 그야말로 제주도 국밥인 듯 보인다. ‘몸’으로 불리는 방언 [제주몸국]은 돼지육수에 갈조류 모자반(海藻)을 넣고 끓인 향토음식이다. 좀 낯설기는 하지만 구수하면서 진한국물이 보기보다 담백하고 뒷맛이 깔끔해 보인다.
☞ 서귀포시 하신상로 148 ☏ 0507-1392-8275
오후에는 ‘남태해안로’를 낀 올레길 5코스 중 일부구간 트래킹을 하고자 숙소를 나와 아내와 함께 5코스 일부를 걸어보았다. 5코스는 [남원포구]부터 [쇠소깍 다리]까지 총 14.5km인데, 이번에는 [금호리조트]를 통과하는 짤막한 엑기스 포인트인 "올레길 산책로"를 소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