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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말! 말!

4화. 내손주 내가 받는다!

by 권에스더

고등학교 때 절친이 해준 말이다.

친구의 부모는 6.25 때 남한으로 내려와 일가친척이 은 집이었다.


자신의 아빠는 누나뿐이었는데 누나가 즉 고모가 결혼을 하였다. 고모부는 의대산부인과 교수셨다.


그 시절은 의대교수들이 자기 병원을 차려 퇴근 후 운영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 고모부도 서울 외곽에 작은 산부인과를 운영하며 낮에는 학교에 출근하고 계셨다.


그러다 고모네 아들이 결혼을 하여 부모님과 같이 살았데 아들은 부모님이 계시는 앞에서도 자신의 아내를 무릎에 앉혔다. 그 시절엔 몹시 드문 경이었지만 부모는 뭐라 하지 않으셨다.


그 오빠는 살짝 튀는 사람이었다.

그 오빠도 산부인과 전공의로 방에는 하도 문 질러 해골이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었다


그렇게 사이좋게 지내다 보니 며느리가 아이를 가졌다. 온 식구가 기뻐하며 아이가 태어나기를 기다리다 보니 출산일이 금방 다가왔다.

당연히 며느리를 산전관리하는 병원은 따로 있었는데 진통이 밤에 왔다.


치를 타고 급하게 이동을 하는데 아버님이 자신의 병원으로 가고 계셨다. 이를 본 며느리는 진통 가운데 "안됩니다, 아버님! 다른 병원으로 가주세요!" 아버님은 "아니다. 내 첫 손주 내 손으로 받는다!" 이러다 그 아버님이 아이를 받았다는 것이다.


사실 출산 전에 대부분의 여성은 산부인과진료가

부끄럽게 느껴진다.

아이를 여럿 낳은 며느리도 아니고 첫 출산인데...


이 말을 듣고 나는 며느리 입장이 백번 이해가 되었다.

"야, 네 새언니 얼마나 창피했겠니?"라 했더니 친구도 "그러게 말이야! 어젯밤에 난리도 아니었어!"라 했다.


진통과 불안을 같이 느껴야 했던 그 집 며느리

얼마나 힘들었을지....

꼭 자신의 손으로 손주를 받는 것이 그리 중요했는지는 이해가 갈 듯도 하다가 며느리를 생각하면 이해가 안 간다.


다른 의사가 받는다고 덜 귀한 손주가 되지는 않는데 말이다.


난 이해가 안 되지만 아버님의 말이 공감되시는 분은 그 이가 있겠지만 며느리의 수치심을 넘어설 순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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