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윤리 선생님!
내 고등학교시절엔 교사들이 대학교수로 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대학이 확장되면서 교수가 부족하자 어지간한 자격이 되는 고등학교 교사들로 정원을 채웠던 것 같다. 그래서 대학에 입학했는데 고등학교 때 때린 선생님이 교수로 계신 경우도 있고 좋아했던 선생님이 교수가 되신 경우도 종종 있었다.
우리 윤리 선생님도 그런 경우로 다음 해엔 모 여자대학교수가 된다 하셨다.
한 번은 어떤 학생이 잘못 채점된 시험지를 들고 점수를 고치러 교무실에 찾아왔단다.
점수를 고치고 나가는데 "의기양양해하는 한 마리 벌레가 가는 줄 알았다. 공붓벌레!"라 하셨다.
물론 한 문제 더 맞았다고 성적이 크게 변하는 것은 없는데 굳이 바꾸려 드니 하신 말씀일 수도 있다.
하지만 틀린 것을 고치는 것은 누구도 뭐랄 수 없는 당연한 일이다.
그걸 가지고 어떻게 학생을 저렇게 말씀하나 깜짝 놀랐다.
본인이 잘못한 것을 왜 상대방을 벌레라 하시는지 말이 안 나왔다. 그 학생은 할 일을 한 것인데 선생님은 그것을 마치 한심한 인간이라는 듯 말씀을 하셨다.
그러더니 우리더러 자신이 가는 대학에 오면 4년 장학금을 주겠다 하셨다.
얼마나 모순인가 그 격멸스러운 벌레들을 왜 데려가려는지,...
그분이 우리에게 윤리를 가르치셨다.
선생님은 윤리가 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의 마음에 안 들면 인간을 인간이하로 보는 선생님의 윤리는 무엇인지...
정말 그 수업에서 들은 내용은 생각나는 것이 없다.
그 선생님 얼굴은 생각나는데....
중후한 중년 얼굴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