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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영준SimonJ Nov 26. 2024

7th. Essay

겨울비

비 내리는 날의 생각들은 슬픔의 기억들과 만날 때가 많다때론 비는 목마름을 해갈로 이끄는 구원의 대상이기도 하다그렇지만겨울비에 어울리는 생각들은 해갈도 슬픔도 아닌 부조화다예전에 할머니들이 웬 겨울에 이리 비가 오는지?”라고 툭 던지시던 말처럼이런 부조화는 의구심과 불안 또는 걱정을 동반한다궂은날의 무사고를 빌기도 하고 뭔지 모를 걱정거리들이 무사히 지나가 주길 바라는 마음도 묻어난다초겨울새벽부터 내리는 빗소리는 잠을 깨우고 일터로 나갈 사람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어쩌면 이런 부조화는 자연을 거스르는 일들을 그동안 너무 많이 해와서 스스로 생각에 갇혀서 경계를 두고 새로운 불안을 조장하는지도 모른다우려의 기운은 우려로 나타난다해가 뜨고 다시 날이 저물고 또 깊은 밤이 찾아오고바람이 불어도 비가 와도 내 주위의 흐름은 정해진 가치대로 그렇게 순환할 뿐이다그렇지만 당연한 것에 대한 새로운 생각이 필요하다언젠가 대학원 수업 시간에 통계학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물었다. “내일 아침 해가 뜰 확률이 얼마일까요?”라고순간 정적이 흘렀고잠시 뒤 재밌는 답변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누구나 다 100% 일 거라는 확신을 두고본인이 오늘 회식할 예정이니 내일 늦잠 자서 해를 못 볼 수 있을 것 같아 확률이 0%라고 말하는 사람부터지구의 갑작스러운 행성과의 충돌전쟁 등등 다양한 얘기가 쏟아졌으나모두 하나같이 자신이 해를 보지 못하는 것을 해가 뜨지 않는 원인으로 비유하고 있었다유일하게 통계학 교수만 99.999%를 얘기하면서 자연계의 비순환 체계의 가능성에 대해 얘기했다조금은 당황스러웠다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을 수 있는 것에 대한 확률에 대해서그리고 생각했었다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다가올 때 난 무엇을 해야 할까별다른 결론보다 벌어질 수 있는 여타의 상황들에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그대로 느끼고 바라보자는 생각이었다그리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게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까지 들었다지금 내 주위를 맴도는 모든 당연한 것들은 설령 절기를 잊었어도망각의 시간처럼 느껴져도 당연한 것들이다감사의 마음으로 좋은 의미를 부여하자 겨울비도 해갈의 징조로 아니면 더 좋은 삶의 영양분으로 그렇게 의미를 넣자또한더 나은 미래의 징조로 당연한 것들을 경외하자퇴근길까지 내린 비는 그렇게 하루 종일 내 마음을 훔쳤다


초겨울의 비 내린 하루 -Si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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