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강의 시-
괜찮아
- 한 강 -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책상 위가 어지럽다. 읽다만 책들과 널브러져 있는 노트와 펜들.
스탠드를 켜고 책상 위에 있던 한강의 시집과 메모장처럼 아무것이나 적는 노트에 적힌 메모를 봤다. 아들이 선물해 준 한강 시집의 첫 페이지를 열고 적었던 모양이다. 책을 볼 때 습관적으로 목차를 적어보는 때가 많다. 전체적인 맥을 이해하고 접근하고 싶어서다. 시집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헤밍웨이의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볼 때 목차도 나오기 전 쓰여있던 존 던 신부의 시구에 며칠을 멈춰 있었던 것처럼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펼쳤을 때 목차도 나오기 전 쓰여있던 시인의 말에 또 멈춰 있었다.
-시인의 말-
어떤 저녁은 투명했다.
(어떤 새벽이 그런 것처럼)
불꽃 속에
둥근 적막이 있었다
그리고, 시인의 단어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저녁, 눈물, 피, 새벽, 겨울, 캄캄한 불빛.......
시인의 계절은 그저 평범하게 꽃피워줄 봄을 기다리는 겨울이다.
그리고, 아픔으로 얼룩진 상처들에 대한 치유와 용서를 끝없이 원하고 있는 듯하다.
시인이 서른 넘어 깨달은 "괜찮아"를 육십을 바라보는 때가 돼서야 나도 내 안의 당신에게 해보려 한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이들에게도.
괜찮아. 이제 괜찮아 -Simon-
PS. 그리고 또 궁금해진 사람이 있다.
흰 눈 날리는 어둠을 뚫고 밤공기 스미듯 어제 저녁 책이 왔다. 툭 하고 마당에 던져지는 소리에 책이 왔음을 알았다. 블로그에서 알게된 이서영님의 세계 일부를 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