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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snoey Dec 09. 2024

[YS에게#2]두 번째 직업은 두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은퇴와 헷갈리지 말자, 나의 다짐 몇 가지

YS,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있다면 어떤 일을 직업으로 해야 할까'

 

 아마 10년 전 네가 직장에 대해 고민할 때 내가 물었던 것 같아. 그때 우린 꽤 열렬한 토론을 했던 걸로 기억해. 당시 나는 정답을 찾으려고 애쓰며, 자기 계발서도 여러  권 읽어보고, 직장 선배들에게도 물어보고 했었어. 그들의 논리에 설득도 당하고 이해도 했지만, 솔직히 마음속 나만의 답변은 찾을 수가 없었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기보다는, 우선 주어진 일을 좋아하려는 마음부터 갖길 바랍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는 건, 어쩌면 손에 잡히지 않는 파랑새를 쫓아다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환상을 좇기보다는 눈앞에 놓인 일부터 좋아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훨씬 중요하다. 일을 좋아하고 사랑하면 어떤 고생도 마다하지 않게 되고, 노력을 노력이라 여기지 않으며,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일에 완전히 몰입하면 저절로 추진력도 붙는다. 추진력이 붙으면 성과도 좋게 나타나고, 덩달아 주변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가도 받게 된다. 주위에서 칭찬해 주면 내가 하는 일이 더 좋아지고 그 일에 더 집중하게 되는 선순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나모리 가즈오, 왜 일하는가- 2장 사랑받고 싶다면 먼저 사랑하라


나를 엄청 설레게 했던 문장들이었거든? 그런데 지금 다시 보니 이건 그냥 갈팡질팡하는 젊은 시절의 나에게 인내를 주기 위해 필요했던 문구였어.



40대 중반, 중고 구직러에게는 보다 구체적이고 솔직한 날것의 질문이 필요하다.  


  YS. 어쨌든 나는 인생의 두 번째 직업을  찾는 건데,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

  내가 좋아하는 일, 인생에 한 번쯤은 해보면 어떨까 하며 흥미가 있었던 일, 요새 좀 유행한다는 일들을 적어보고 하나하나 도전해 보기 시작했지. 어떤 도전은 기대 이상의 뿌듯한 결과도 있었고, 어떤 도전은 나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드는 실망감을 준 경험도 있었어.

  그러면서 깨달은 건, 나의 경우에는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들이라는 건 언제든지 바뀌어. 주변의 환경, 나의 내면의 상황에 따라서 내가 잘하던 것도 못하던 것이 되고, 좋아했던 것도 싫어하는 것이 되는 것이더라고.


  이미 직업, 일, 사회생활 그리고 나의 본성에 대해 알만큼 알아버린 중고 구직러인 나에게는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었어. 이제는 이런 철학적인 질문이 아닌 구체적이고 솔직한 날것의 질문들이 날 정신 차리게 하더라고.  
 

  1. 나의 소중한 아침잠을 포기할 수 있을 만큼 나를 일찍 일어나게 만드는 일이 있는가  

  2. 지금 시작해서 적어도 1년 이상 꾸준히 공부할 수 있는 일이 있는가.

  3. 당장 내가 돈을 벌 수 있는 새로운 스킬이 있는가.

  4. 그 돈을 벌 수 있는 스킬이 있다면, 그걸 앞으로 5년 이상 할 자신 있는가.


  어떤 것 같아? 이렇게 질문하면, 생각보다 답을 찾기가 정말 어려워.

  어떻게 하겠다, 무얼 하겠다는 말과 생각들은 실체가 없다는 것을 명심해. 실제로 내가 도전해서 경험해 보고 위의 질문들에 어느 정도 답을 할 수 있어야지 적어도 인생의 두 번째 직업으로 고려할 수 있는 것 아니겠어?

 




  그동안 열심히 일했다는 보상심리로

  지금의 게으름을 합리화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계속 돌아봐야 해


 회사를 그만두고, 처음 몇 개월은 정말 좋았어.

 미래에 대한 명확한 계획을 세우지 않고 무작정 그만둔 적은 처음이라 뭘 해야 할지 몰랐어. 단순히 장기 휴가라고 생각하면서 그동안 시간이 충분히 없어서 못했던 것, 정말 하고 싶었던 것들의 목록을 깨부수는 일에 집중했지. 지금 생각해 보면, 회사 그만둔 이후에 제일 즐거웠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

  

  YS! 인생에서 이런 시간이 꼭 필요한 건 맞아! 하지만, 6개월 이상은 하지 말도록 해. (물론 20년을 수고한 나에게 6개월은 정말 짧은 시간이지.)


  나는 나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었던 것 같아.

 20년 이상 수고한 나에게 이 정도의 쉼을 가지는 건 괜찮은 거야 하며 하고 싶은 일, 즐거운 일에 집중하며 지냈지. 어느 순간 나를 돌아보니, 편한 것만 하고 싶어 하고, 도전이란 것을 하고 싶지 않은 나를 발견했어. 심지어, 나 스스로에게 쓸데없이 겸손하게 되어, 자신감도 많이 없어지더라고.

 

  20년 동안 쌓아 올린 부지런함이 게으름으로 변하는 건 순식간이었어.

  그동안 열심히 일했다는 보상심리로 지금의 게으름을 합리화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계속 돌아봐야 해.





  나는 정신 차리기로 했어. 다시 인정받을 수 있는 새로운 일을 찾고 싶은 것이지, 은퇴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거든. 다시 시작하기 위한 나의 다짐들을 공유할게. 지금도 이 목록은 계속 늘어나는 중이야. (그래서 두서없음을 용서해.)

  앞으로 20년을 위한 두 번째 일을 찾기 위해선 두 배의 노력이 필요한 게 아니겠어. 오히려 두 배정도의 노력으로 끝날 수 있으면 다행이겠지?



 < 나의 다짐 몇 가지 >     


  1. 건강 생활의 루틴을 만들자 - 운동과 취미를 꾸준히 할 수 있도록 생활의 패턴을 만들 것. 말해 뭐 해. 건강한 육체와 취미는 나의 보상심리를 제법 만족시켜 줘.


  2. 기록하고, 회고하자 - 직장에서는 누군가의 평가라는 걸 하고, 그에 맞춰 나의 기록과 흔적이 남지. 처음엔 이런 시스템에 벗어나서 너무 좋았는데, 시간이 지나니 나의 결과물들을 잊어버리고,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방향을 놓치게 되더라고. 그래서 기록하고 회고하기 시작했어. 나에겐 꽤 좋은 방법이었어. 처음엔 단순히 기록용으로 시작했는데, 점점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게 하고, 나를 더욱 냉철하게 평가하여  자신감을 가지게 해 주더라고.


  3. 공부하자. 뭐든 - 이건 더 이야기하지 않을게. 중요한 건 배우고자 하는 겸손한 자세야. 그리고 첨언하자면, 솔직히 겸손, 이 부분은 적당히 감추고 표현할 수 있는 스킬이 필요해. 40대 중반인 내가 어떤 지식을 가지고 있건 없건, 주변에서 나에게 갖는 기대도 있고, 편견도 있다는 것을 절대 잊지 마.

 

  4. 실행하자. 빨리 - 나에겐 제일 어려운 부분이었어.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좋아하는 일이더라도 도전하는 순간 나는 매우 현실적이 되며, 이것저것 두려움에 아무것도 안 하고 있더라고. 그런데, 시작도 안 하면 그 일이 나의 두 번째 직업이 될 수 있는지 절대 알 수 없어. 우선 해봐 빨리.  


  5. 섣불리 판단하지 말자. 최선을 다하자 - 위의 4번과 연결되는 것인데, 새로운 일에 도전하면 당연히 못해. 오히려 누군가의 짐이 되지 않으면 다행이지. 그렇다고 그 일이 안 맞는다거나, 미리 포기할 건 아니야. 너무 감성적인 말이지만, 그 기회가 주어진 것이 감사하며, 결실을 맺도록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어.


  6. 사람을 만나자 - 영감을 주는 건 많이 있어, 책이든, 문화 활동, 각종 매체 영상물 등 정말 많지. 그런데 나에게 가장 큰 깨달음을 주었던 건 사람들과의 대화였어. 사람들과의 상호관계 속에서 자극 받고 나를  돌아보며, 나는 뭘 해야 할지, 뭘 하고 싶은지 더욱 깊게 깨닫게 되었던 것 같아. 혼자만의 시간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만나는 자리를 피하지 말도록 해. 없으면 일부러라도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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