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규칙을 지켜내는 꾸준함의 힘
하루, 이틀 미루다 드디어 러닝을 시작했다. 어느덧 3주 차에 접어들었다.
최근 친구들과 함께 PT 체험 수업을 하면서, 내 체력이 생각보다 많이 약해져 있다는 걸 실감했다. 그래서 ‘다른 운동에 도전하기 전에 기초체력을 먼저 길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초체력을 기르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요즘은 ‘슬로우 러닝’이 대세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찾아보니 내 상황에 꼭 맞는 운동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속도보다는 꾸준함에 집중할 수 있고, 무엇보다 나에게 맞춰 천천히 달리면 되니 큰 부담이 없었다.
사실 혼자였다면 쉽게 시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행히 예전부터 달리던 동생이 있어 함께 뛰기 시작했다.
첫날은 혹시 부상을 당하거나 너무 힘들어 금방 포기하게 될까 봐 조심스럽게 달렸다. 그 결과, 4.3km 공원 한 바퀴를 완주할 수 있었다. 물론 중간에 두 번, 각각 5분씩은 걸어야 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냈다는 성취감이 남았다.
마침 그 시기에 무지개 9월의 도서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러닝 도전을 이 책과 함께 이어가면, 왠지 더 단단히 버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지금은 어느덧 3주 차. 중간에 힘들어도 걷지 않고, 느리더라도 끝까지 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는 걷기 위해서 이 레이스에 참가한 건 아니다. 달리기 위해 참가한 것이다… 만약 자신이 정한 규칙을 한 번이라도 깨트린다면 앞으로도 다시 규칙을 깨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 레이스를 완주하는 것은 아마도 어렵게 될 것이다.”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p.172
하루키는 자신이 정한 규칙을 지키는 것이 완주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나는 이 생각에 깊이 공감한다. 작은 규칙을 지키는 힘이야말로 결국 나를 끝까지 달리게 할 테니까.
빠르게 달리지 않아도 괜찮다. 기록을 내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내가 정한 규칙 “주 3회 달린다”거나 “걷지 않고 끝까지 천천히라도 뛴다”를 지키는 것이 중요했다. 그 규칙은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직 나 자신을 위한 약속이다.
우리는 종종 큰 목표를 세우고 거기에 도달하지 못하면 금세 좌절한다. 하지만 사실 삶을 지탱하는 건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작지만 반복되는 규칙을 지켜내는 힘이다. 그리고 그 힘은 꾸준함에서 나온다. 하루, 이틀 이어가다 보면 어느새 습관이 되고, 습관은 결국 우리를 원하는 곳까지 데려다준다.
글쓰기를 할 때도, 일을 해낼 때도, 관계를 이어갈 때도 마찬가지다. 오늘 정한 원칙을 내일도 지킬 수 있는가, 그것이 결국 완주의 열쇠다. 러닝에서 작은 규칙을 지켜나가듯, 삶의 다른 영역에서도 스스로 세운 규칙을 성실히 지켜간다면 언젠가 지금보다 더 멀리, 더 단단히 서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