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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양파 파동 이야기

따듯한 기온과 양파가 굵어지는 시기적절한 강수량과 풍부한 일조량. 양파를 기르기 좋은 날씨로 인하여, 양파생산량이 폭증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한마디로 양파 대풍(大豊)이었다. 풍년이 항상 농민에게 좋은 것은 아니었다. 생산량이 증가한다는 말은 다시 말해 공급량이 증가하여 가격이 떨어지게 된다. 가격이 너무 떨어지게 되면, 물량이 많으니깐 수입이 그대로 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쉽게 생각하면 이런 답을 도출하게 된다. 농산물은 “수확 후 처리”라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수확 후 처리” 과정은 일정 부분의 비용이 들게 된다. 예를 들어 “포장-박스비용”, “포장-인건비” 등이 그 예시라고 할 수 있는데, 물량이 많아지면 당연히 이 비용도 늘어나게 되며, 물량이 많아질수록 이 비용도 늘어나게 된다. 2019년도의 양파가격은 “수확 후 처리” 과정에 비용을 정산하고도 손해를 볼 만큼 떨어졌다.

양파 출하량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어, 정부관료 및 관계부처들이 5월부터 분주하게 모여 회의를 하기 시작했다. 2019년도에는 양파 평년가격이 15킬로 기준 14,000원인데 반하여, 월평균 5~7,000원이 낮은 7,000원에서 9,000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관계부처 회의를 다녀온 팀장님은 대만으로 출장계획을 보고하고 다음날 바로 대만으로 출발하였다. 당시에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던 대만의 업체의 소개를 받아 대만의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야채, 채소류를 유통하고 있는 업체를 소개받고 한국으로 돌아왔었다.

그 후, 전국 방방곡곡에 양파를 수매하러 다녔다. 양파 주산지뿐만 아니라, 양파를 조금이라도 취급하는 지역 농협들을 순회하며 다녔다. 기억나는 곳은 경상북도 문경, 김천, 경상남도 창녕, 합천, 전라남도 무안, 나주, 전라북도 전주 남원 등등. 사무실로 출근하시는 게 아니라 그냥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양파를 준비시키고, 차 안에서 막간을 이용해 컨테이너 배차를 했었다. 6월부터 시작하여 9월 초, 중순까지 하여 약 250 컨테이너를 수출 보냈다. 약 6,000톤을 수출을 보냈었다.

이렇게 힘들게 농사지어서 싼 가격에 수출 보내는 것이 과연 잘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굉장히 속상한 일이었다. 몇 달 동안 열심히 농사지은 것을 싼값에 물 건너 보낸다는 것이… 하지만 시장적 관점에서는 그렇게라도 공급량을 줄이는 것이 대승적인 관점에서 더 효율적이었다. 주식시장에서 “자사주 매입 후 소각”과 같이 시장에 유통되는 물량을 줄여 가격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농산물 시장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완전경쟁 시장이다. ‘생산비용이 얼마가 들었으니, 최소 어느 정도 가격을 받아야 된다’라는 것이 없다. 내가 옆사람 보다 농사를 더 잘 짓는데, 옆사람이 어제 시장에 출하했더니 얼마를 받았으니 나는 그것 보다 더 받아야 된다.라는 생각이 농산물 가격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이다. 하지만 가격은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 공급량과 수요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지구온난화가 갈수록 심해져 생산량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지만, 각 품목에 대한 어느 정도의 수요와 공급을 파악하고, 잉여 농산물을 어떻게 수요를 만들어 낼지 , 부족한 농산물을 어떻게 공급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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