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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사과 컨테이너의 사고

수라바야로 떠났던 사과 40피트 컨테이너가 잘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모든 것이 끝난 것인 줄 알았다. 수라바야항에서 2박 3일을 꼬박 걸려서 자카르타로 컨테이너를 운송하였다. 바이어가 컨테이너를 열었고, 제품을 검품하고 있다고 하였다.


검품결과서를 받았는데, 찍힌 자국과 멍든 자국이 많다고 피드백을 주었다. 분명 상차하기 전에 제품을 따로 검사하였고, 검역본부에서도 출장을 나와서 사과 실물을 검사하였다.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세관 사전 통과를 위해 방문하였던 기관에서도 검사를 하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을 200여 장 찍어 보내면서 제품의 품질이 불량하다고 피드백을 준 것이었다.


공산품과 달리 농산물은 절대적인 품질 규격은 없다. 귀에 걸면 귀걸이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다.

국내 내수 유통의 경우, 농산물에 품질 문제가 생기면 곧장 쫓아가 품질을 확인할 수도 있고, 만약 실제 제품에 문제가 있을 경우, 물건을 다시 반품을 받아 다시 선별하여 납품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수출을 보내면 다시 되돌리기가 어렵다.


이 클레임건을 계기로 배운 것이 있다. 농산물 무역은 소매로 거래되는 것이 아니라 도매로 거래된다는 점을 착안하였다. 소매는 물건을 구입하는 경우 소비자의 만족도는 배송, 품질, 맛, 식감, 가격 등등 여러 요소에 영향을 받지만, 도매는 이 물건을 사 와서 상대가 받은 물건을 손해 없이 잘 유통하면 만족스러운 거래였고, 그렇지 못했다면 그건 실패한 거래로 간주하는 것이다.


클레임 리포트를 받고, 생산자 측에 전달하였다. 물론, 생산자 측에서도 많이 항변을 한다. ‘우리가 이렇게 작업했을 리가 없다’ 에서부터 시작하여, ‘운송상 문제가 발생한 거 아니냐’, 더 심한 경우는 수입업체 측에서 일부러 클레임을 만들어서 돈을 뜯어낼 속셈이 있는 거 아니냐고 까지 말하는 경우도 있다.


이 사과 클레임은 수입업체 200만 원 정도를 손해를 보고, 생산업체 350만 원 수출업체 350만 원 정도 손해를 보는 선에 정리하였다. 물론 실제로 도합 900만 원 정도의 물품이 폐기되었거나 저가로 판매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각 주체들이 수용할 만한 선에서 해결하는 것이 관례이다.


이 클레임 건을 해결하고 인턴기간이 끝나면서 인도네시아 시장을 다시 맡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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