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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의 미학

외식주역경영전략 06

by 김두현 박사

지난 주말, 강남의 한 붐비는 레스토랑에서 목격한 장면입니다. 창가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던 30대 여성. 그녀의 테이블에 다가간 직원이 불쑥 던진 한마디. "혼자 오셨어요? 이 자리는 2인석인데... 다른 테이블로 옮겨드릴까요?" 그 순간 그녀의 눈빛이 흔들렸습니다. 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결국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을 나갔습니다.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고객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상처는 곧 디지털 공간에서 증폭되어 돌아옵니다.


한 명의 손님이 250명을 데려온다는 말을 들으셨나요? 세계 최고의 자동차 판매왕 조 지라드(Joe Girard)는 "한 사람은 평균적으로 250명의 인간관계망을 가지고 있다"는 이론을 주장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유명한 '1:250의 법칙'입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이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합니다.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부정적 경험을 한 고객의 82%가 최소 5명 이상에게 그 경험을 공유하며, 67%는 온라인에 리뷰를 남깁니다. 온라인 리뷰 하나가 평균 1,500명에게 노출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250명은 오히려 과소평가된 숫자일지도 모릅니다.

서울의 한 식당에서 "혼자 오셨으면 추가 요금 천 원을 더 내셔야 해요"라는 말 한마디가 SNS를 통해 3,000회 이상 공유되어 예약 취소와 악성 리뷰의 폭탄을 맞은 사례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혼밥은 이제 선택이 아닌 일상이 되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어제저녁, 당신의 식당 앞을 지나던 그 혼자 걷던 사람은 '혼자라서 외로운'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혼자여서 자유로운' 사람입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3년 기준 대한민국 1인 가구 비율은 33.4%로, 2030년에는 40%를 넘어설 전망입니다.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20-40대의 64%가 주 1회 이상 혼자 외식을 한다고 합니다.


제 오랜 지인인 한 변호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주말에 혼자 좋은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시간은 한 주의 가장 행복한 순간이에요. 하지만 종종 직원들의 시선이나 태도에서 '혼자 왔네...'라는 부담을 느낄 때가 있죠." 혼밥은 이제 선택이 아닌 일상입니다. 그리고 이 시장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당신 식당의 미래가 바뀔 수 있습니다.


세계는 이미 혼밥 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이치란(Ichiran) 라멘 전문점은 일찍이 이 변화를 감지했습니다. 그들은 1인 고객을 위한 개별 부스를 만들어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면서도 테이블 회전율을 높이는 혁신적 접근법으로 글로벌 체인으로 성장했습니다. 뉴욕 레스토랑 협회가 발표한 '2024 외식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혼밥 고객을 위한 공간 재설계가 최우선 과제로 꼽혔습니다. 미국의 유명 셰프 알튼 브라운(Alton Brown)은 "앞으로 10년간 식당 업계의 가장 큰 변화는 혼밥 고객을 위한 공간 재설계"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혼밥족을 VIP로 모시는 전략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저는 수많은 성공적인 레스토랑을 컨설팅하면서 깊이 깨달았습니다. 혼밥 고객을 특별하게 대우하는 식당은 언제나 번창한다는 사실을 말이지요. 첫인상은 공간에서 시작됩니다. 서울 연남동의 '혼족식당'은 바(bar) 형태의 1인석을 마련해 좁은 공간에서도 회전율을 높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벽면이나 창가를 활용한 1인석은 혼밥 고객에게 안정감을 주면서도 테이블 효율성을 극대화합니다. 제가 가장 인상 깊게 본 사례는 부산의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입니다. 그들은 카운터 좌석에 작은 선반과 USB 충전기를 설치했습니다. 작은 투자로 혼밥 고객들에게 "당신을 위한 공간이 있어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죠.


두 번째는 혼밥에 맞는 메뉴의 재구성입니다. 일본 오사카의 '키치리'는 1인용 미니 코스요리를 개발해 혼밥 고객에게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4인 메뉴를 단순히 양만 줄인 것이 아니라, 혼자서도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성공 비결이었습니다. 서울 망원동의 한 일식당은 혼밥 고객을 위한 '오마카세 싱글 코스'를 출시해 평일 저녁 매출이 30% 증가했습니다. 혼밥 고객도 특별한 경험을 원한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마세요.


세 번째는 혼밥을 위한 서비스를 재구성하는 것입니다. "오늘 혼자 오셨네요? 이쪽 자리가 편하실 것 같아요." 이 한마디가 혼밥 고객의 경험을 완전히 바꿀 수 있습니다. 뉴욕의 '모멘토 모리' 레스토랑은 혼밥 고객을 위한 '셰프와의 대화' 시간을 마련해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합니다. 셰프가 직접 요리에 대해 설명하고 소통하는 이 서비스는 혼밥 고객들 사이에서 SNS 인증샷 명소가 되었습니다.


여러분이 실행하는 작은 시도가 가져온 큰 변화를 가져옵니다. 광주의 한 분식점 사장님은 카운터 앞에 6개의 1인석을 마련하고 '혼밥 세트'를 출시했습니다. 기존 메뉴보다 10% 할인된 가격에 음료까지 제공하는 이 전략으로 평일 점심 매출이 50% 증가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인스타그램에서 '#혼밥맛집'으로 자연스럽게 홍보되어 주말에는 1인석에 대기 줄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서울 종로의 한 한식당은 매주 월요일을 '솔로의 날'로 지정해 혼밥 고객에게 반찬 하나를 추가로 제공합니다. 사소해 보이는 이 서비스가 월요일 매출을 화요일보다 20%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사장님은 "혼밥 고객들이 오히려 더 자주 방문하고, 친구들을 데려오는 경우가 많아졌다"라고 말합니다.


혼밥의 미학을 인지하고 실행하는 사장님이 반드시 성공합니다. 일본의 소셜 다이닝 연구소 이사인 타나카 요시히로는 "혼밥 고객의 만족도가 높은 식당은 전체 고객 만족도도 높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가장 까다로운 고객층을 만족시키면 모든 고객이 만족한다는 의미입니다.


20년 넘게 식당을 운영해 온 베테랑 사장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식당은 음식만 파는 곳이 아니라 경험을 파는 곳이에요. 특히 혼자 온 손님에게는 '당신은 여기서 환영받아 마땅한 사람'이라는 경험을 팔아야 합니다."


지난 출장길에 혼자 찾은 작은 식당의 기억이 납니다. 좁은 식당이었지만, 직원은 미소와 함께 "혼자 오셨군요. 이 자리가 창가라 풍경도 보실 수 있어 좋으실 거예요"라고 말했습니다. 식사가 끝날 무렵, "천천히 드세요. 서두르실 필요 없어요"라는 그 한마디에 하루의 피로가 사라지는 기분이었습니다.


혼밥족을 홀대하는 것은 250명의 잠재 고객에게 문을 닫는 것과 같습니다. 반대로 그들을 VIP로 대우한다면, 한 명의 충성 고객이 수천 명의 고객을 데려올 수 있습니다. 오늘 방문한 혼밥 손님이 내일은 가족, 직장 동료, 친구들과 함께 돌아올 수 있도록, 그들에게 특별한 자리를 마련해 보세요. 그리고 기억하세요. 그 한 명의 손님이 당신의 식당을 빛나게 만드는 250명의 입소문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말이지요. 혼밥의 미학을 이해하는 순간, 당신의 식당은 이미 성공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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