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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나를 찾아올 때

내가 읽고 싶은 글을 쓰는 것

by 타인head

최근에 1년 전, 심지어 4년 전에 쓴 글을 읽고 좋았다는 피드백을 받는 일이 종종 있었다. 가끔은 내가 사용하지 않는 소셜미디어에 나도 모르는 사이 내 글이 공유되어,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그 글을 읽고 “글쓴이가 누구일까?” 하며 나를 찾아 DM을 보내는 일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놀랍고 신기하다.


누군가의 시간에 잠시 내 글이 머물 수 있었다는 사실이, 그저 단어 몇 줄이 사람의 마음에 닿을 수 있다는 게 아마추어 글쓴이에겐 여전히 신기한 경험이다. 그러니 작가일을 전업으로 하시거나 여러 권의 책을 이미 출간하신 분들은 마음이 어떠실까 상상이 안 간다.

얼마 전, 딸과 함께 Vancouver Writers Festival에 다녀왔다. 두 명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무대에서 서로의 글과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관객 중 한 사람이 물었다.


어떤 마음으로 글을 쓰시나요?”

잠시 생각하던 작가들이 말했다.


“내가 읽고 싶은 글을 쓰자예요. 저도 제가 읽고 싶은 스토리가 있는 책을 못 찾아서 제가 쓴 거거든요.”


그 한마디가 마음에 깊이 남았다.


‘내가 읽고 싶은 글’이라는 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 내 마음의 진심이 머무는 자리에서 태어난 글이라는 뜻 아닐까. 들으면서 혼자서 해석해 봤다. 최소한 나는 지금 그런 마음으로 쓰고 있다. 나에게 진심으로 위로가 되는 글을 읽고 싶다는 마음으로 쓰는 글이다. 물론 내가 위로를 받는

좋은 글들도 많고 좋아하는 작가분들도 많이 계신다. 진심으로 쓴 글은 결국 길을 찾아간다고 믿는다. 어떤 길로든, 언젠가는 누군가의 마음에 닿기 때문이다.

글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살아 움직이는 과정이라는 것을 점점 더 느낀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나 자신을 조금씩 더 이해하게 된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위로가 되었다”라고 말할 때, 사실은 그 말이 나에게 더 큰 위로가 된다. 그 한마디가 내가 걸어온 길을 확인시켜 주고, 그냥 계속 써 나가도 된다고 등을 두드려준다.

내가 읽고 싶은 글, 내 안의 목소리가 들려주는 글을 그 글이 언젠가 딸에게, 혹은 아직 만나지 못한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로 남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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