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무겁고 길을 잃은 것 같을 때, 읽는 시
나는 가장 축복받은 사람이다.
-작가미상-
큰 일을 이루기 위해 힘을 주십사 기도했더니
겸손함을 배우라고 연약함을 주셨다.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는 건강을 구했는데
보다 가치 있는 일을 하라고 병을 주셨다.
행복해지고 싶어 부유함을 구했더니
지혜로워지라고 가난을 주셨다.
세상 사람들의 칭찬을 받고자 성공을 구했더니
뽐내지 말라고 실패를 주셨다.
삶을 누릴 수 있게 모든 걸 갖게 해 달라고 기도했더니
모든 걸 누릴 수 있는 삶, 그 자체를 선물로 주셨다.
구한 것 하나도 주시지 않았지만,
내 소원 모두 들어주셨다.
나는 가장 축복받은 사람이다.
오늘 문득 20년 전에 책에서 읽고, 내 노트에 옮겨 적어 놓은 이 시가 생각이 났다. 글이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믿음을 이 시를 통해서 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때마다 생각이 나서 찾아 읽고, 음미하고, 되뇐다. 이 글을 썼던 나이보다 두 배가 넘는 나이가 됐는데도, 아직도 이 시를 찾고, 보고, 느끼고, 배우고 하는 거 보면 아직도 나는 크고 있는 중인가 보다.
내가 썼던 노트에 '가수 양희은의 애송시'라고 적혀있었는데,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미국 뉴욕대 부속병원 재활센터(Center for Physical Medicine and Rehabilitation) 벽에 걸려있는 글이고, 미국 남북전쟁 때 전사한 남부연합 군인의 군복 주머니에서 발견된 시라고 한다.
마음이 무겁고 길을 잃은 것 같을 때마다 이 시를 다시 펼쳐 읽는다. 누군가의 삶 속에서 피어난 고통과 성찰이 고스란히 글로 옮겨지고, 수십 년 후의 생명부지 어떤 이의 하루를 건뎌될 힘이 되어준다. 어쩌면 우리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해 좌절한다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그 안에서 더 깊은 의미와 성장의 씨앗을 받았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