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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Recovery)과 치유(Healing) 차이

일상의 회복과 새로운 길의 발견

by 타인head

정신과 의사 (또는, 적정심리학자), 정혜신님의 '당신이 옳다' 라는 책을 최근에 다시 읽었다. 다른사람에게서 듣는 많은 직함 중에 본인이 가장 뿌듯하면서도 무거운 직함이 '치유자'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도 책을 읽는 내내 회복과 치유라는 단어에 대해서 계속 생각이 났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상처를 경험한다. 몸이 아플 때도 있고, 마음이 아플 때도 있다.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고 약을 받아 집에 와서 쉬고 시간이 지나 “많이 나아졌다”고 말한다. 이 말 안에는 두 가지가 섞여 있다. 하나는 회복, 그리고 다른 하나는 치유이다. 이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 삶에서는 분명한 차이를 가진다.


회복은 말 그대로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몇일 감기를 심하게 앓은 뒤 다시 직장으로 출근할 수 있고, 힘든 일을 겪은 뒤에도 다시 예전처럼 일상을 이어갈 수 있을 때 우리는 회복했다고 말한다. 기능을 되찾고, 잠시 놓쳤던 균형을 다시 잡는 과정이다. 겉으로 보기엔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온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도 “다 괜찮아진 줄” 아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치유는 조금 다르다. 치유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면의 변화와 더 깊이 연결되어 있다. 어떤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표면적으로는 아물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흔적이 남는다. 치유는 그 흔적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흔적을 이해하고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과정에 가깝다. 이 과정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더 잘 알게 되고, 때로는 이전보다 더 단단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치유는 “예전의 나”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균형을 찾는 성장의 경험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치유의 시작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치유는 무언가를 극복하는 데서 시작되는 게 아니라, ‘이미 일어난 일’을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된다. 받아들인다는 것은 모든 것을 긍정하거나 잊어버린다는 뜻이 아니다. 그저 “그 일이 나에게 일어났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억울함도, 서운함도, 불안도 모두 내 감정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순간, 마음은 조금씩 힘을 잃지 않고 정리를 시작한다. 마치 뒤엉켜 있던 실타래를 천천히 푸는 것처럼, 감정들의 모양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회복은 다시 살아가기 위한 휴식과 재활이 필요한 시간이고, 치유는 다시 아픈 과거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혹은 같은 고통을 겪지 않기 위해 스스로에게 묻고 답을 찾는 과정이다. 우리는 삶의 어느 순간에도 회복과 치유를 반복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두 과정을 통해, 비로소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는 사람이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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