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눈물범벅 복직 축하파티

극 T 엄마와 극 F 부녀는 달라도 너무 달라.

by 정벼리

남편의 복직을 하루 앞둔 저녁시간, 딸아이와 우리 부부는 손바닥만 한 케이크 하나를 두고 모여 앉았다.


일 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남편은 매일 바쁜 하루를 보냈다. 청소도 빨래도 부엌일도 남편의 몫이었고, 아이의 숙제를 봐주는 것도, 녹색어머니회 활동도, 열흘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오는 것도 전부 그의 몫이었다.감사하게도 남편은 그 모든 일도 '휴식'이라고 말하며, 익숙하지 않은 모든 일에 최선을 다했다.


이제 육아휴직이라는 '쉼'을 끝내고 다시 '일터'로 돌아가는 그에게, 딸아이와 나는 감사와 조촐한 응원을 건네려 했었다. 수고했다고, 내일부터 다시 파이팅이라고, 즐겁게 외치고 케이크를 나눠먹으려던 것뿐이었다. 생일 축하 노래에서 '생일'을 '복직'으로 바꿔서 낄낄거리며 노래도 부르고 촛불도 껐단 말이다.


"자기야,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어. 고마워. 별아, 너도 아빠랑 즐거웠지?"


분위기가 묘했다.


남편은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은 채 눈을 내리깔았다. 갑자기 그가 티슈통으로 손을 뻗으며 눈물을 떨궜고, 그 모습을 본 딸아이는 오열하기 시작했다.


아니, 왜 울어? 너희 왜 울어?


"아빠가 출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엉엉."
"나도 내일부터 별이랑 같이 있을 수 없다니, 눈물이 나."


급기야는 둘이 서로 부둥켜안고, 그동안 고마웠다, 사랑한다, 언제든 전화해라 주거니 받거니... 서로의 어깨가 촉촉이 젖을 때까지 울어재꼈다.


나는 정말 이해가 안 된다. 내일부터 너희 서로 못 만나? 어디 멀리 장기 해외출장이라도 가세요?




그렇다. 나는 극 T, 저들은 극 F다. 어떤 상황을 마주했을 때, 상황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기준이 정말 다르다. 저렇게 눈물의 이별식을 하고 있는 것을 누가 본다면, 영락없는 '딸바보' 아빠에 '아빠바라기' 딸인 줄 알 것이다. 천만의 말씀. 예전에도 잘 투닥거렸지만, 특히나 남편이 휴직을 한 이후 일 년간, 저 둘은 붙어있는 시간이 길어진 만큼 하루가 멀다 하고 격렬한 전투를 벌여왔다.


F라는 공통점을 빼면, 사실 남편과 딸은 별로 닮은 데가 없는 성격들이다. 남편은 정해진 규칙을 지키고, 하루를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사는 사람이다. 반면, 딸은 (아직 어려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사고는 사방으로 통통 튀고, 감정도 변덕스러울 만큼 널뛰며 즉흥적인 아이다.


둘은 밥을 먹다가도, 청소를 하다가도, 같이 수학문제를 풀다가도 싸웠다. 한 번 싸우면 또 서로 하고 싶은 말은 어찌나 많은지, 방학 때는 한낮에 시작한 다툼이 내가 퇴근 후 집에 돌아올 때까지 이어지고 있던 날도 부지기수였다.


그런 날마다 나는 황희정승에 빙의된 채 그래, 그건 네 말이 맞고, 저건 네 말이 맞는구나를 연신 외치며 네 말대로도 아니고 네 말대로도 아닌 제3의 길을 택하기로 하고 이제 그만 화해하는 것이 어떨지, 양측을 조율하느라 속절없이 저녁시간이 가버리곤 했다.


그랬던 부녀가, 육아휴직이 끝난다고 지금 부둥켜안고 우는 거야? 아니, 왜? 맨날맨날 아침에 일어나서 만날 거고, 저녁에 퇴근하고 만날 거라고. 너희 고작 하루에 4시간 정도 덜 붙어있는 것뿐이야! 나 같으면 이제 서로 덜 싸우고 애틋해져서 좋기만 하겠다.


정말 이해할 수가 없는 사람들이지만, 됐다. 너희가 서로 사랑한다는데 뭐.

나도 사랑해, 내 소중한 사람들아.

keyword
이전 01화나 홀로 워킹맘, 시작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