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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부부의 명절 끝 새로운 다짐 하나

닮아가는 서로의 모습

by 부자꿈쟁이

추석 연휴에 형제들을 만나면서 살이 쪘다는 인사를 많이 들었습니다. 남편도 저도 말랐던 예전에 비하면 비만이 확실하기에 변명할 수 없는 멋쩍은 웃음으로 대신하는 자리가 되었어요.


저도 남편도 갱년기라는 핑계로 , 명절이라는 핑계로 이것저것 계속 채우기에만 바빴던 것이지요.

타인의 시선을 통해 이제는 우리가 채우기보다 비워야 하는 나이가 되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네요.


남편도 심장이 좋지 않아 수술을 하고, 저도 몇 번 아파서 병원에 입원을 하고부터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하는 편입니다. 둘 다 아팠던 경험 때문인지 "인생 뭐 별거 있어?"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그냥 아프지 않고, 즐겁게 먹고 즐겁게 지내면 그것이 최고라는 뜻으로 해석합니다.


물론 틀린 말도 절대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요즘 저희 부부는 예전에 비해 심각한 비만으로 예상되는 상태라 남들이 얘기하기 전에 서로에게 심각성을 몇 번씩 주고받았던 상태였어요. 이제는 정말 건강을 위해서라도 채우기보다는 배우기가 시급한 상황에 이른 것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저희 부부는 평균을 지키는 체중을 유지하고 있었어요. 괜히 원하지 않은 갱년기를 맞으면서 원치 않은 체중증량을 하게 된 것이지요. 돌이켜 보면 그때만 해도 늘 채워야 한다는 마음으로 생활했던 것 같아요. 더 좋은 옷 더 넓은 집, 더 많은 일들을 함으로 생기는 결과와 성과물들, 그런 것들을 향해 걸어가는 것이 곧 행복이라 믿었기 때문이지요.


열심히 성실하게만 살면 꾸준함이 쌓여 그것이 풍요로운 인생으로 데려다 줄거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의 모습보다 훨씬 몸집이 불어났고, 집안에도 필요 없는 물건들이 넘쳐나게 되었어요. 그동안 너무 채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묶어 채우기에 급급한 삶을 살아온 듯합니다.


옷장은 옷들로 가득하지만 외출하려면 입을 옷이 없고, 냉장고에도 무언가 가득 차 있지만 막상 먹으려면 먹고 싶은 게 없는 그런 것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지금 우리 부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몸도, 마음도 모두 비우기입니다.


이사를 하면서 버릴 물건이 많음에도 차마 아까워서 버리지 못한 물건들이 아직도 많이 있습니다. 하나씩 버리는 연습이 절실해졌습니다. 비워내야 들어올 복이 생긴다며 늘 비움을 강조하던 가족 1호에게 살짝 미안해지는 마음도 생깁니다.


비움은 손해가 아니라 또 다른 채움을 위한 것임을 이제야 깨닫게 되는 듯합니다. 나이 들어가는 황뚱 최뚱 부부에게는 이제 새로운 좋은 물건도, 거창한 계획이 필요한 것도 아닌 듯해요.


쓸데없는 물건 하나씩 버리기, 서로에게 향한 잔소리 한마디씩 줄이기. 그렇게 하나씩 줄여 나가다 보면 공간이 주는 여백의 미를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듭니다. 예전의 날씬함을 그리워하기보다는 살이 찐 서로의 모습을 미워하지 않고, 서로가 비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챙겨주는 마음이 필요한 것이지요.


이제 우리의 나이는 무엇을 채워서 느끼는 기쁨을 얻기보다, 무엇을 비워야 행복해지는 지를 배우는 나이가 된 듯합니다. 오래된 채우기의 욕심을 버려야겠습니다. 한 번에 모든 것이 변화되기는 어렵겠지요? 황뚱 최뚱 부부는 비우기의 필요함을 알기에 이제부터 천천히 우리의 느린 속도로 변화해 나가려 합니다.


" 이제는 채우기보다 비우기가 필요한 황뚱 최뚱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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