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취미가 달라도 괜찮은 이유

남편의 주말 농장

by 부자꿈쟁이

올해도 봄이 시작되면서 어김없이 남편의 주말농장도 다시 시작되었다. 흙냄새를 맡으러 가는 남편의 주말은 부지런히 삽과 장갑을 챙기고 모종을 준비한다. 해마다 반복되는 모습인데도 나는 여전히 신기하기만 하다.

도대체 저런 열정은 어디에서 나올까 궁금하다.


일주일 내내 바쁘게 지내고 주말은 편히 쉬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나와는 정반대이다. 주말만 되면 쉬기는커녕 더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농장으로 가는 가족 1호를 나는 아직까지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한다

"왜 그렇게 힘들게 농사지으려고 해?"

" 주말엔 좀 쉬어야 하는 거 아니야?"


햇볕 아래서 땀을 흘리고, 쪼그리고 앉아 풀을 뽑고, 벌레와 싸우며 작물을 키우는 일은 규모가 작아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농사를 지으면 가족이 먹는 것보다 나누어 주는 게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우리 가족이 먹을 만큼만 마트에 가서 조금 사 먹으면 편할 텐데 라는 마음이 힘들게 농사짓는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의 마음이다. 또 나는 힘든 일을 잘하지도 못할뿐더러 주말 농장일을 많이 도와주지도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족 1호는 힘들게 모종 심고, 씨 뿌리는 과정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힐링을 찾는 사람이다. 사람들은 산을 오르고, 낚시를 하고, 누군가는 운동을 하며, 또 누군가는 책을 읽으며 자기만의 시간을 채워 나간다. 가족 1호에게 주말농장은 그런 자기만의 시간을 채워가는 아늑한 곳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곳에서 남편은 단순하게 채소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작은 행복을 길러가고 있다고 스스로 이야기한다. 그는 애써 맘대로 되지 않는 자연의 큰 힘 앞에서 겸손도 배우고, 작은 수확에도 기뻐하는 감사를 익혀가는 듯하다. 나는 매주 주말농장을 가지는 않지만 그런 가족 1호의 마음까지 차단할 수는 없다.

예전과 달리 올해는 씨앗대신 상추 모종을 심었다. 조금씩 커가는 상추를 보며 비가 와야 할 텐데 땅이 너무 말라 있다고 하늘을 바라본다. 쑥쑥 자라는 상추들을 보며 뿌듯해하고, 호박꽃이 피었다고 자랑하는 모습을 보면 그 열정이 조금은 귀엽게 느껴진다.

나는 가끔 수확할 때만 농장에 슬쩍 다녀오는 얄미운 아내이다. 힘든 과정은 남편이 다 하고 기쁜 결과만 함께 누리려는 것 같아 양심에 찔릴 때도 있다. 하지만 남편은 그런 나를 탓하지 않고 오히려 함께 수확하러 가는 것만으로도 신나 하는 모습이다. 그럴 땐 부부여도 꼭 같은 일을 해야만 함께 가 아니라는 위로를 얻는다. 전부를 같이 하진 못해도 상대의 기쁨을 함께 바라봐 주는 것만으로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늘 밑에서 노래하는 베짱이가 되고 싶어 하지만 남편은 여전히 땀을 흘리며 밭을 아끼고 사랑하는 듬직한 일개미가 된다. 그런 남편의 모습에서 나는 이제 불평보다는 응원을 더 많이 하게 된다.

다르기에 더 인정하게 되는 것이 우리 부부의 세월이라면 우리는 그래도 나름 괜찮은 시간을 함께 한듯하다. 흙을 사랑하는 남편과 책을 좋아하는 아내는 같은 취미는 아니다.

하지만 서로의 열정을 존중해 주며 오늘도 각자의 마음을 응원해 주는 의리가 쌓여가고 있다. 부부의 취미가 달라도 괜찮은 이유라며 하찮은 핑계를 만들어본다.

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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