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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부부의 행복한 눈물.

사람사이, 북유럽 여행 중에 만난 부부.

by 샤이니 Dec 2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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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삶의 패턴을 바꿔 놓았다.

몇 년이라는 시간은 나이 든 우리에겐 너무나 허망하고 아쉬운 나날들이었다.


더 늦기 전에 우리 부부는 용기를 내어 산티아고 순례길을 45일 일정으로 걸어보기로 했다. 한 달이면 완주 가능하다는 코스를 우린 여유 있게 무리하지 말자고 계획을 세웠는데, 생각지도 못한 코로나라는 역병 때문에 모든 계획이 무산되고 말았다.


코로나도 끝났으니 다시 가면 되는 거 아냐? 하겠지만 코로나 후유증으로 6개월을 힘들게 지내고 나니 800k를 걸어야 완주할 수 있다는 산티아고 순례길은 엄두가 나질 않았다. 코로나 기간 동안 우리 나이는 더하기가 몇 년이 늘어났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숫자다.



출처@핀터레스트출처@핀터레스트



한두 살 더 먹은 친구들이 너도 "나이 들어봐라 한 해 한 해 다르다"는 말을 할 때면 콧방귀 뀌며 비웃듯 웃어넘겼는데 아~이럴 수가? 내가 닥보니 이렇게 틀려지는걸, 모든 일에 자신감도 없어지고 계획대로 이뤄지지도 않는다.






편안함을 선택한 북유럽 패키지여행.

50대~70대 부부 7팀, 50대 후반의 여자친구 2명으로 이뤄진 16명이 인천공항을 출발했다. 처음엔 서로 힐끔거리며 혹시 우리 팀일까? 저 사람들이 우리 팀이면 좋겠다 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소수 인원으로 출발, 하루가 지나자 어색함이 사라지고 자연스레 인사도 나누고 통성명을 하게 됐다. 제주, 부산, 대구, 안양, 서울등 사는 곳도 나이도 직업도 각양각색이다. 이게 패키지여행의 묘미구나. 언제부턴가 우리 나이가 윗사람 대열에 올라 있었다.






그중 한 부부 이야기가 주제가 되었다.

고등학교를 졸업 후 시작한 경찰공무원 30년 생활. 경찰서장을 마지막으로 퇴직 후 부모님이 물려주신 고향땅에서 남편은 좋아하는 흙을 만지며 농사를 짓고, 아내는 손주들 뒷바라지하느라 다른 지역에서 생활하는 주말부부란다.


남편이 현직에 있을 때 작은 봉급으로 세 자녀를 교육시키고 생활하며, 힘든 중에 딸아이를 4수까지 시켜가며 의대에 합격시켰다. 남편은 3수까지는 인정했지만 4수는 안된다는 완강함에 3수에 합격한 에 입학금만 내놓고, 남편 몰래 기숙학원에 등록시켰는데 문제는 학원비였다.


그때부터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식당 아르바이트, 마트 계산원, 한 번도 사회생활을 해보지 않았다는 너무도 작고 가녀린 여자다. 고생 끝에 학원비를 충당해 결국엔 의대 합격을 시켰다며, 눈물 콧물 흘리며 고생담을 이야기한다. 행복한 눈물이다.


이제는 사위도 의사, 딸도 의사, 어디서든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는데, 문제는 손주들을 돌봐줘야 하는 현실에 나이 든 남편과 주말부부로 사는 게 맞는 건가? 였다.


7팀 부부들이 토론에 나섰다.

50대는 왜 그 힘든 일을 또 해요? 싫다. 젊은 부부들은 우리 자식들 키우느라 젊어서도 내 인생은 없었다. 가족 외 다른 것은 보지도 않았고 볼 생각도 없었다. 그런데 은퇴해서, 앞으로 살날보다 죽을 날이 더 가까운 나이까지 손자에게 내 인생을 소비하라고? 그것도 남편과 떨어져 살면서까지? 이제는 그동안 못했던 내 인생을 살고 싶다. 진짜 가능할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희망이라도 갖고 싶다. 자식들 문제니 알아서 하게 나둬야 한다.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젊음이 좋았다.


60대는 부모가 힘이 있을 때 도와주면 좋지~ 50대와 60대, 확실한 세대 차이를 느낀다.


우리도 60대에 손주들을 키웠다. 새 생명을 품에 안고 키우며 받은 에너지와 기쁨은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그에 따른 힘듦과 고충도 함께 따라온다. 첫째가 중학교 3학년, 둘째는 초등학교 6학년까지, 코로나로 인해 손을 놨다.


지나고 보니 그 시간이 내 인생에서 송두리째  사라진 느낌이 든다. 그걸 손녀가 써준 편지에서 다시금 확인시켜 준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할머니! 그동안 저희를 위해 사셨으니 이젠 걱정 내려놓으시고, 할머니 자신의 삶을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하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여행 가고 싶은 거 다 하시며 행복한 시간 보내시면 좋겠어요.를 읽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어린 마음에도 그걸 느꼈구나.


다시금 생각해 본다. 손주들을 키우지 않았다면 특별히 내가 뭘 했을까? 뭘 이뤘을까?라고, 남들처럼 운동하고 문화센터 다니는 취미생활 정도? 그건 손주들 돌보면서도 간간히 해왔다.


단지 시간에 얽매여 자유롭지는 못했지만, 후회는 없다. 

할머니, 할아버지 고생한 거 알아주며 커서 돈 벌면 제일 먼저 좋은 차와 좋은 집 사드릴게요. 해외여행도 같이 다녀요. 하며 그때까지 아프지 말고 건강해야 한다는 든든한 손녀들과의 추억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이다. 


서로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며 그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 서로를 보며 울고 웃었다. 끝이 없는 토론은 본인들만이 결정할 수 있는 걸로...



학구열 강한 대한민국 어머니. 가녀린 체구에 엄마로서 여자로서 대단한 일을 해낸 당신은 얼마든지 울 자격이 있다. 울고 싶은 만큼 속 시원하게 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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