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이. 서운함이 배가되는 말.
딸이 보고 있는 책을 옆에서 곁눈질하다가 내가 먼저 보겠다며 뺏어와 지루할새 없이 막힘없이 책 한 권을 하루에 읽어 버렸다.
90세 이근후작가님의 글 속에, 먼저 세상을 살아가는 선배로서 어른으로서 우리들의 알상과 삶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책 속에 똑같이 나열되어 있다. 세대는 달라도 사람 사는 이치는 같은 거 같다.
책 속에는 손주들이 초등학교 입학 후 미술시간에 선생님이 가족을 주제로 그림을 그려 보라 했다며 그림을 들고 왔는데 서운했다는 내용이다. 그림 속에 가족은 아들내외와 손주 둘, 거기에 반려견도 포함이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하고 물으니 우리 가족은 아니잖아요? 같이 살아야 가족이에요! 하는데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는 이야기다. 서운하긴 하지만 손주의 그림은 정직한 그림이다. 한울타리 안에 살아야 가족이다.
내가 겪었던 일을 똑같이 겪으셨구나 싶어 책을 읽다 나도 모르게 큰소리로 웃게 됐다.
아들내외가 첫 아이를 임신하고 몇 개월 후 우리와 같이 살게 되었다. 첫째 손녀 태어나고 3년 터울 둘째가 생기면서 분가를 했다.
첫째 손녀는 가족 그림 속에 할아버지 할머니를 포함시켜 줬다. 그때는 별생각 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였는데 문제는 둘째 손녀 그림을 보고 충격이었다. "왜 할머니 할아버지는 없어"? 했더니 "가족 아니잖아요? 같이 살아야 가족이에요." 한다. 할머니가 키워줬잖아...
"고마운데요. 그래도 가족은 아니에요." 첫째 손녀는 같이 살았던 기억이 있어 포함시켰고, 둘째 손녀는 키워주시긴 했지만 한 집에 살진 앉았기 때문이란다. 그런 거야! 하며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서운함은 오랜 시간 머릿속에 마음속에 앙금으로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하고 사랑한다.
요즘처럼 핵가족 시대에 살면서 우리 구시대 사람들이 느끼는 서운함이 어디 이것뿐이겠냐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