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그저 이만큼
굳이 궁금하지 않은 이
굳이 물어다 주지 않아도 되는 이의 소식을 듣게 되는 날,
창문을 닫고 멈춘 시간 속에 가만히 머무른다
그와 함께 보낸 시간들, 조각이불로 바느질하는 느린 더듬이 시간
함께 먹고 걷고 웃고 울고 시시껍절한 이야기를 나누었지
하나 어색하거나 불쾌하지도 않았던 시간을 함께 했건만...
요조가 가만가만 노래하는 걸 듣는다
'나는 나만 중요해...'
너 그런 사람 아니잖아? 아니었잖아?라고 나를 다그치지 말아 줘
가끔은, 아니 자주 나는 내가 중요해
중요해지는 중이고 앞으로도 그래
그래서 네가 또 중요하기도 하지
머리 쓸어 넘기듯 구름 안마당 싸리비로 군데군데 쓸어 둔 듯
빗자루 자국을 남기는 가을 하늘 아래
우린 낱개로 우두커니 서 있다
낱개로 서서 멀리서, 다만 먼 곳에서 바라보니
너도 중요하네, 너의 웃는 시간이, 너의 울음이 소중하고,
나는 지금 있는 자리에서 내게 다정히 꼬물거리는 게 소중해
구름이 바람에 밀려가듯 오고 가고
만나지던 사람이 느닷없이 흩어지고 말잖아
문득 다시 만나기도 하고 또 성큼 멀어지기도 해
너무 끈적하려고 하지 마
너무 소중하려고도 하지 마
지금 이대로 조용히 있다가 가을 억새 날리듯 훅 날아가면
그게, 거기까지였다고 말하려고.
우연히 어느 땅에서 다른 풀꽃으로
새로 만나게 되더라도 그저 새롭게, 그저 낯설자
#어떤 시간 #어떤 인연 #어떤 시각 #멀어져도 괜찮아
#낯선 조각 #거리에 거리를 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