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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정헌 Nov 06. 2024

마들렌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것

마들렌은 휘낭시에와 달리 ‘전란’을 사용한다.

흰자와 노른자 둘 다 사용해서 만드는 제품으로, 파운드의 미니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휘낭시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온도로 구워 겉은 바삭하고 내상은 쫀쫀한 느낌을 주는 반면, 계란 전체의 조화로 만들어내는 마들렌은 고소한 풍미와 밀도 있는 텍스쳐를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식감이다.

어떤 재료를 넣느냐에 따라 초코가 되기도 하고 말차가 되기도 하고 얼그레이가 되는 변화무쌍한 제과의 세계.


흰자와 노른자의 조화로움처럼 삶에서도 일상과 일의 균형이 필요하다. 요즘 내겐 일과 취미에 일상까지 혼동되어 쉬어도 쉬는 게 아닌 생활을 하고 있다.

가장 좋아했던 일들이 스트레스로 다가왔고, 일을 그만두고서 일상에 취미처럼 일을 만들었더니 이도저도 되지 않았다. 취미도 일이 되고 일상은 내가 만든 일로 가득 찼다.

퇴사를 하고 쉬면서 쉬지 못하는 아이러니.

모든 걸 내려두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데 쉽지 않다. 이미 저질러둔 일들을 포기하기엔 용기가 부족하고 새로운 일을 하려니 스스로 만든 장벽 앞에서 주저하기만 한다.


일상과 일의 균형을 잘 잡아서 하고 싶은 마음을 잡아보지만 방심하는 순간 경계가 흐려지고 나를 잃어버린다.

조화와 균형 어딘가에서 중심 잡기를 하고 있지만, 그 누구도 나의 불안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겠지.

흔들리고 부서지는 나이를 보내는 중이어서 그런 걸까? 균형 잡힌 삶을 사는 시기는 정해져 있는 것일까?

정의하지 못하는 질문만 남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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