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만큼 행복한 달콤함
마카롱은 ‘꼬끄(coque)’라고 불리는 걸 구워서 가운데엔 가르니뛰르(garniture)라고 불리는 크림이나 초콜릿을 샌딩해 햄버거 형태를 띤다.
꼬끄(coque)는 프랑스어로 껍질이라는 뜻인데, 겉이 단단하고 매끈한 형태가 알이나 조개 같은 것의 껍질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꼬끄를 만들 때도 3가지 머랭법으로 만들 수 있는데 프렌치, 이탈리안, 스위스식 이 있다.
설탕의 투입 후 머랭을 올리는 방법에 따라서 다른 식감을 나타낸다.
일반적인 프렌치 방법은 흰자를 거품 쳐서 부피감이 올라올 때 설탕을 2-3번 나눠서 넣어준다.
이탈리안 방법은 설탕을 시럽 화해서 머랭에 부어 머랭을 친다.
스위스식은 설탕과 머랭을 한 번에 계량 후 데워서 머랭을 올려준다.
위의 방법들은 제과에서 여러 종류의 디저트를 만들 때 응용되어 사용된다.
필자가 마카롱을 만들 때사용하는 방법은 스위스식이다.
머랭을 보다 안정적으로 올리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한 번에 계량을 해도 된다는 편리한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베이킹은 숫자와 친해야 하는데 제과는 특히 작은 디테일한 부분에 의해 결과물이 달라지기 때문에 매우 예민하다.
더군다나 마카롱은 ‘제과의 꽃’이라고 불릴 정도로 손이 많이 가는 품목이자, 제대로 만들어 내기 까다로운 제품이기도 하다.
어쩌다 보니 베이킹의 시작을 마카롱으로 해서 그런지 내겐 그저 예민한 애, 애증이자 첫사랑이라 칭하곤 한다.
‘마카로나주’ 잘 만들어둔 머랭을 가루류와 섞어서 반죽을 해주는 것이다.
믹싱볼 벽에 반죽을 펼쳐서 기공을 정리하고 하나의 반죽으로 섞는 과정이다.
마카로나주의 정도에 따라 반죽의 매끈함이 다른데, 순식간에 반죽의 점도가 달라짐으로 매의 눈으로 지켜봐 줘야 한다.
결국 베이커의 숙련도와 전문성에 의해서 완성품을 만들 수 있다.
알록달록 화려한 마카롱이 좋다면 식용색소를 넣어서 다양한 색의 마카롱으로 만들기도 하고,
무색소의 베이지색의 마카롱 꼬끄를 만들 수 있다.
만들기 어려운 이유가 마카롱의 꼬끄는 다른 품목들이 반죽 완료 후 바로 구워지는 것에 반해, 일정한 크기로 짜고 나서 표면이 적당히 건조되었을 때 굽는다.
표면을 손으로 만졌을 때 반죽이 묻어 나오지 않고 수분감을 가지고 있지만 말라있는 상태를 잘 파악해야 한다.
꼬끄를 구울 때 부풀어서 ‘삐에*’를 만들어 내는 과정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 잠깐 찰나가 힐링이 되는 시간이다.
예민한 친구를 만드는 노고가 눈 녹듯 사라지는 순간이다.
부풀어서 올라왔다가 다시 주저 않으면서 만들어지는데 치마를 입은 듯 예쁘게 만들어지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삐에(피에)는 ‘발’이라는 뜻으로 꼬끄의 아래에 형성되어 있다. 반죽을 팬에 짠 뒤에 표면을 말린 뒤 오븐에서 굽다 보니, 열에 반죽이 팽창하면서 위로 분출해야 하는데 꼬끄 표면 이 말라있어 분출하지 못하고 아래로 팽창해 생기는 현상. 꼬끄 옆면에 프릴치마처럼 만들어지는 부분을 칭한다.)
가르니뛰르(garniture). 흔히 가운데 부분인 필링에 의해 마카롱의 이름이 붙여지는데
예를 들자면 ‘다크가나슈 마카롱’, ‘인절미 마카롱’, ‘바닐라 마카롱’, ‘황치즈 마카롱’ 등이 있다.
맞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베스트 4이자 맛있게 잘 만드는 베스트 품목들이기도 하다.
조화로운 필링이 되기 위해서는 너무 달아도 안되고, 이름의 맛을 내지 못하는 싱거운 맛도 곤란하다.
조화롭게 어울리는 그 지점을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너무 튀는 맛이면 먹다가 쉽게 질리기 때문이다.
샌딩을 했다 해서 끝이 아니다. 마카롱을 냉장보관해서 꼬끄와 필링이 어우러질 시간이 필요하다.
냉장숙성을 통해서 더 깊은 맛을 낼 수 있다. 쫀득한 꼬끄의 식감이 되살아나고 크림은 시간이 지나며 맛을 더 진하게 내기에 꼭 필요한 시간이다.
어쩌면 긴 제작시간으로 인해 마카롱이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일 수 도 있겠다.
다른 베이커리에서 마카롱을 선물 받거나, 먹고 나서 전화가 온다.
발신인 ’ 사랑하는 00 씨‘ 엄마다!
베이킹을 하는 딸로 인해서 입이 고급이 되었다는 푸념을 늘어놓으신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하지 않고 할 때면 제대로 했기에 재료도 늘 최고급으로 사용했다. 자연스럽게 미각이 업그레이드될 수밖에 없었으니 당연한 이치다.
작업할 때면 엄마와 함께 했었기에 먹고 싶다고 말씀을 하지 않으신다. 손이 많이 가는 걸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봤으니.
그럼에도 애증의 마카롱을 만드는 것 또한 엄마에게 향하는 나의 사랑이다.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하나하나의 제품을 만들 때 그 속에 서사가 녹아 있음을 느끼기에 몸은 힘들어도 마음만은 풍요로워진다.
꾸준히 베이킹을 하는 이유는 내가 만든 걸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나누고픈 마음과 상대방의 행복한 반응을 보는 것으로 나 또한 행복해지는 것.
그렇기 때문에 베이킹의 이야기는 사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 아닌가? 애정이 듬뿍 담긴 이야기인 것이다.
먹는 재미를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오늘도 행복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