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시각으로 보는 방법
뉴욕 베이글을 모티브로 했다는 전문점들이 많은데, 유대인들이 북미 대륙으로 집단 이주하면서 정착한 미국 동부에 전파되었다고 한다.
베이글은 유대인 음식이 기원이지만 뉴욕이 베이글의 원조 도시로 유명해졌다.
한국에 발들인 순간부터는 발전된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인다. 한참 많이 생겼던 대형 베이글 전문점. 그중에서도 핫하디 핫한 ‘런던 베이글 뮤지엄’이 있다.
여러 지점이 생겼지만 여전히 웨이팅이 엄청나고, 줄 서서 기다릴 만큼 여유롭지 못해서 먹어보지 못했다. 유행처럼 반짝일 거라 생각했지만 아직까지도 베이글에 대한 사랑이 식지 않는 건 런베뮤도 한몫하는 것 같다.
이제는 베이글은 흔히 접할 만큼 다양한 베이커리가 등장했고, 각기 색다른 느낌의 베이글을 판매하고 있다.
정통 베이글의 묵직한 식감 대신에,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쫄깃하고 찰기 있는 빵으로 재탄생되어 K-베이글이 되었다.
더군다나 크림치즈와 크림을 활용해 다양한 맛을 표현해 내어 질릴 틈이 없다.
그러다 문득 ‘런베뮤’를 못 가니까 직접 만들어서 먹어보자 싶어서 베이글을 만들었다. 이스트를 넣은 베이글, 르방 베이글, 탕종 베이글, 소금베이글, 호두 크렌베리 베이글, 블루베리 베이글 등 좋아하걸 넣어서 다양한 게 만들어 보았다. 보기엔 비슷해 보여도 먹어보지 못해서 같은 맛일지 모르지만 꽤 그럴듯한 비주얼에 만족했다. 만들면 만들수록 예쁘게 성형할 수 있었고 발전하는 모습도 여러 가지 부재료를 써보는 것도 좋았다.
베이글을 만들 때 링모양으로 성형을 하게 되는데 원통형으로 길게 말아서 끝을 연결해 주는 방법과 둥근 반죽의 가운데 손가락을 집어넣어 구멍을 만들어주는 방법이 있다. 쉽고 편리한 한건 두 번째 방법이지만 굽고 나서 모양이 투박하고, 말아서 끝을 연결하는 방법은 상대적으로 정성이 더 많이 들어가는 만큼 예쁘게 구워진다.
구멍을 만들어 줄 때 얼마 큼의 간격이 필요한지 만들 때마다 서툴렀다.
이만큼이면 너무 크게 된 거 같기도 하고, 이 정도는 또 너무 작게 만든 거 같기도 해서 초보 베이커는 다 다른 크기로 만들어 낸다.
적당한 간격이라 생각했는데 발효과정에서 점점 간격이 좁아지더니 굽고 나면 가운데가 빽빽하게 만나게 되는 경우도 생겼다.
베이글이라 구웠지만 형태는 그냥 동그란 단팥빵모양을 하고 있는 거다. 모양이 달라도 똑같이 베이글이지만 느낌이 다르달까? 맛도 다른 기분이 든다.
겉면이 되어야 하는 부분이 서로 붙어버렸으니 표면적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거니까…
제레미 셰프님께서는 이럴 때 다른 방법으로 베이글을 즐길 수 있으니 걱정 말라고 해주셨다.
가운데가 붙어서 구멍이 사라졌으니 샌드위치 만들 때 사용하면 재료가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으니 얼마나 좋냐고!
‘베이글 샌드위치‘
베이글도 샌드위치로 탄생시킬 수 있고, 심심한 맛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한테는 크림치즈를 양껏 발라 줄 수 있다.
무엇을 넣든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게 중요해.
어쩌면 잘못 만들어진 모양의 베이글로 폐기할 수 도 있지만 다르게 사용할 수 도 있으니 효율적이다 못해 재발견이다.
다른 면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러한 점 아닐까? 아니 필자에게 결여된 부분이었다. 사업을 하다가 그만두고, 직장을 그만두고,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스스로를 많이 깎아내렸던 거 같다.
열심히 살았는데, 공부도 열심히 하고, 어느 순간도 대충산 적 없는데, 타인과 비교하며 지금의 나는 초라하다는 생각에 휩싸여 있었다. 다시 시작할 용기는 사라졌고, 약해빠진 인간이자, 망가져버린 자존감에 혼자의 시간을 많이 보냈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다양한 걸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이고, 넘어지더라도 또 일어났던 사람이었다.
늘 최선을 다해서 살았기에 지금 주춤하는 순간이 왔지만 버텨내고 있다는 것이다.
단점만 계속 뜯어보면서 자책하는 시간을 다르게 쓸 수 있음을 베이글 만들다가 깨닫는다.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삶을 살아내는 좋은 면을 말이다.
베이글의 구멍이 붙었다고 한들 베이글이 아닌 게 아닌 것처럼, ‘나’도 그대로 ‘나’ 임을 잊지 않기를 다짐한다.
담백한 베이글의 맛처럼 담담하게 나를 찾아가면 된다. 내일은 베이글 샌드위치 만들어 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