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거지 틀린 건 아니잖아
‘푸딩’을 생각하면 노란색에 찰랑거리는 질감에 갈색의 캐러멜 시럽이 올라가 있는 푸딩을 떠올린다.
젤라틴이나 커스터드 크림을 베이스로 만들어진 탱글탱글한 푸딩이 보통 익숙한 모양이다.
최근 유행했던 새로운 스타일의 푸딩이 있다. 다양한 부재료를 넣어서 만드는 떠먹는 푸딩류로 칭하는 명칭마다 다른데, ‘크림푸딩’, ‘꾸덕 푸딩’, ‘떠먹 푸딩’ 등 다양하게 불러진다.
원조격이라고 알려져 있는 것은 미국의 ‘매그놀리아’의 ’ 바나나푸딩‘이다. 주로 사용되는 베이스는 커스터드크림과 생크림을 섞어서 만든 디플로마 크림이다.
디플로마 크림에 다양한 충전재료를 섞어서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다. 계란과자, 웨이퍼, 미쯔, 초콜릿, 치즈 등 부재료와 크림을 함께 떠먹는 질감을 만든다.
강릉에 가서 초당 옥수수 푸딩을 먹었다. 경포해변에서 차가운 바람에 손을 덜덜 떨면서 떠먹었던 푸딩은 말캉하고 부드러운 커스터드 크림에서 달큼한 초당옥수수 맛이 났다.
서로를 마주 보고 푸딩에 대해 논하며 우리의 코가 빨개질 때까지 하염없이 대화를 나눴다.
새로운 스타일의 푸딩을 먹으러 가보자고 했던 연남동의 유명한 푸딩집. 노량진의 친한 언니의 가게가 더 맛있다는 이야기.
푸딩을 좋아하지 않는 둘이서 맛있게 나눠 먹었던 그날의 푸딩. 언젠가 같이 만들어 먹자는 그런 소소한 약속마저 과거가 되었다.
어떤 일이든 처음을 함께한 사람은 잊을 수 없다는 어느 드라마의 대사를 들었다. 로맨틱할 수 있었던 그 대사가 내겐 조금은 공포였던 건, 영영 너를 잊지 못한 채 기억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겨울에 처음 만나서 함께한 겨울의 기억들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게 힘들다.
다시 겨울이 내려앉은 거리. 매년 기록적인 추위와 극한으로 치닫는 계절이다. 네가 있는 곳엔 눈이 많이 왔다는 뉴스로 그저 짐작만 해본다. 눈 오던 날 함께 걸었던 그 공원도, 얼어붙은 호수도 마치 어제 같은데 말이야. 더 이상 너의 안부도 괜찮냐는 인사조차 건넬 수 없다.
서로의 마음이 다른 거지 누구 하나 잘못한 건 아니었는데, 오답노트 쓰듯 너와 나를 고쳐 쓰고 싶어지는 날이다. 흔적마저 박박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마음이라는 게 괜히 울적해진다.
강릉의 차가운 바람과 바다를 함께 하던 우리가 아닌.
남해의 평온한 바다를 홀로 바라보는 나만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