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하기엔 너무 달콤하지 않니?
찰떡아이스를 아시려나? 원래는 3개의 찰떡아이스에서 지금은 2개로 바뀐 아이스크림.
할미 입맛이라고 불리는 사람이라 옛날 아이스크림을 선호한다. 그중에서도 외할머니와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찰떡아이스.
5월의 화창한 봄날에 나비가 되어 날아가신 우리 외할머니. 손녀와 함께 먹은 아이스크림이 마지막 식사가 되셨다.
‘죽음’이라는 낯선 단어와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던 외할머니와의 이별에 다시는 먹지 않았던 아이스크림.
다시 볼 때면 그날의 기억이 어렴풋이 생각 나서였던 것 같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슬픈 기억을 무의식 중에 피했던 걸지도 모른다.
어린 나이라기엔 너무나 많은 기억들이 생생했고, 외할머니 손에 자라며 함께 시간을 많이 보냈기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런 상실은 나 또한 컸다.
그러다가 문득 아이스모찌를 보게 되었다. 배라에서 파는 모찌아이스크림이 아니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곳이었다.
궁금하면서도 똑같겠지 생각하며 지나쳤는데, 무서운 알고리즘에 의해 한동안 계속된 아이스모찌의 피드에 한 번은 먹어봐야지 생각했던 것 같다.
그게 뭐길래 이렇게 까지 내 피드를 장악하고, 전문점이 생긴 걸까? 심지어 스타필드나 백화점에서 팝업스토어로 들어올 정도로 인기가 많은 거라고???
시간이 한참이 흐르고 난 이후에 만났던 아이스모찌.
스타필드에서 팝업하고 있다는 소식과 더불어 궁금했다는 너와의 동행이라니… 일단 가보자 싶었다.
유행이 끝난 게 아니었던 건지 길게 늘어진 줄을 보니 나 빼고 다들 아이스모찌에 진심인 건가 그런 생각으로 기다렸다.
두바이초코맛과 블루베리맛!
찰떡아이스보다는 겉이 얇고 더 부드러우며 안에 아이스크림은 달콤하고 시원했다. 당연한 소리네?
무엇보다 즉석에서 겉의 반죽을 펼쳐서 아이스크림을 바로바로 싸서 준비해 주는 게 신기했다. 만들어진 걸 주는 게 아니라 주문 즉시 제조되는 시스템이 비효율적인데 줄을 서며 기다리는 입장에서는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다만 가격이 착하지 않기에 만들어진 거 바로 주고 가격을 저렴하게 해 주면 안 되나?라는 생각을 했던 소비자의 입장이다.
쫀득 달달한 아이스크림을 먹으니까 기다렸던 시간이 무색하게 기분이 좋아졌다. 당이 충분하게 채워지는 게 인류에게 도움이 된다니까. 맛있는 걸 나눠먹으면서 행복해지는 게 이전의 나의 나쁜 기억마저 덮어주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트라우마 극복에는 좋은 기억을 새롭게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니까!
그렇게 우리는 아이스모찌를 끝으로 더 이상 만나지 않게 되었다.
좋은 기억으로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었다는 생각은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외할머니와의 마지막 이별처럼 너와의 마지막도 이렇다니…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어떤 사유에 의해 먹기 두려워진다는 건 슬픈 일이 되었다. 그게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의 기억에 의해서라면 더욱이.
얼마 큼의 시간이 지나야 할지는 모르겠다. 외할머니께서 떠나신 지 벌써 20년이 넘었으니 말이야.
우연히 먹게 된 아이스모찌는 얼마 큼의 시간이 필요할까? 몇 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너는 꿈속에 찾아와 뒤흔들고 사라져 버린다.
몸살이 심해서 이렇게 아픈 건지, 몸이 아픈데 마음까지 유약해져 버리고 미운마음보다 다정했던 너를 떠올리게 된다.
안부조차 묻지 못할 사이에 무슨 미련이 이렇기 남은 걸까?
열이 나니까 아이스크림을 한 입 해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