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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케이크

호불호? 호호호!

by 진정헌

당근을 넣은 케이크라고? 채소로 만든 케이크? 이런 반응이 많을 때부터 꾸준히 애정해 온 당근케이크.

당근을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까?

가득 들어간 당근과 견과류 그리고 크림치즈가 들어간 크림과 시나몬이 조화로운 맛을 낸다. 반면에 이조합을 불호하는 사람도 많기에 호불호가 갈리는 케이크 중 하나이다. 극호 입장에서는 이 맛을 모르는 게 안타까울 뿐이어서 얼마나 매력적인 케이크인지 알려주고 싶어 진다.


셰프마다 자신의 스타일에 의해서 들어가는 견과류와 건과일의 종류도 다른 케이크의 맛을 뿜어낸다.

당근을 썰어 넣는 방식에 따라서도 당근케이크의 식감이 달라지고, 수분을 함유하고 있는 빵의 느낌도 다르다.

크림치즈가 가진 특성에 의해서 생크림을 넣어서 부드럽게 만들지, 꾸덕하고 단단하게 크림치즈 프로스팅으로 올리는 방법도 있다.


그만큼 맛있고 입맛에 맞는 가게를 찾기 어려운데, 당근을 재배하는 지역에서 파는 당근케이크가 독보적으로 더 맛있는 맛을 내는 확률이 높다. 물론 재료가 좋으니까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예를 들면 제주도의 구좌 당근이 있다. 구좌에 있는 카페에서 파는 다양한 당근 디저트가 있고, 실제로 당근케이크가 맛있는 가게가 있다.

제주의 당근으로 만든 당근케이크!

오랜만에 방문한 제주에서 먹은 케이크는 꾸덕한 밀도의 크림치즈 프로스팅으로 발려져 있었는데, 크림 양이 많지 않으면서 조화롭게 당근시트랑 어우러졌다.

은은하게 올라오는 당근의 단맛과 고소한 견과류로 식감의 재미도 있고 적당히 밀도 있는 촉촉함이라 부드럽게 먹을 수 있었다.


포크질 한번, 한 번에 스멀스멀 추억들이 올라왔다. 제주의 낭만 때문일까? 당근을 썰고 견과류를 다져서 만들었던 나의 케이크가 생각났다.

칼질이 서툴러서 엄마가 잘라주셨던 당근. 먹고 싶어서 함께 만들었던 나의 친구 캐롯걸. 그리고 까먹고 있다가 무심히 툭 튀어나온 너.

당근을 좋아하니까 제주도에 가서 당근을 키우고, 키운 당근으로 케이크를 만들고 주스를 만들어 팔면 어떠냐고. 장난스레 건네었던 이야기들이 당근케이크 앞에서 기억이 날 줄은 몰랐다. 그냥 당근케이크인데 말이야.


시간이 흐르면 끝일 거라 생각한 감정들이 미련이 되어서 눌러앉은 건지 이런저런 기억들이 떠오를 때마다 마음이 헛헛해진다.

사람이 들어왔다 나간 자리에는 저마다의 흔적이 남긴다고 한다. 유난히 짙은 흔적들이 잊을만하면 다시 흔들어 일깨운달까…

좋아하는 걸 잃고 나면 다시 잃고 싶지 않아서 시도하기조차 어려워진다는데, 점점 체감하고 있는 말이다.

가장 사랑했던 것들이 나를 가장 아프게 한다는 걸 배워서, 많은 애정을 담아 뭔가를 하기가 겁이 나서 미루는 게 많아졌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마음속의 자리를 내줬다가 비어버린 자리에 아파하기 싫으니까 누굴 곁에 두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또 누군가를 옆에 두게 된다면 떠올릴 때 재밌었던 기억이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나의 소중했던 과거의 시간들이 지금의 입장에서 퇴색되진 않길 바라기 때문이다. 행복한 건 행복한 대로, 나만의 역사로 간직하기로 해야지.

앞으로는 네가 떠올라도 그냥 즐거워하고 재밌었던 그때를 기억들을 호불호 없이 받아들여볼게! 라며 마음을 고쳐먹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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