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순례자의 길 걷는 게 익숙해졌다.
어느새 순례자의 길 4일 차에 접어들고
중반부에 들어섰다.
순례길을 걸으면서 비를 맞는 것도,
현지인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누는 것도,
순례자들과 스몰토크를 하는 것도,
순례자 정식을 맛있게 먹는 것도
익숙해졌다.
그러면서 느낀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바로 언어의 장벽,,
어느 정도 간단한 말, 진짜 스몰 토크는 가능하나
스몰 토크에서 빅 토크로 전환되는 순간
쏘리,, 와우~ 리얼리? 만 하게 되는
리액션 로봇으로 변하는 나 자신.
올해 초 영어 공부를 하겠다고 다짐해 놓고
한 한 달 했나,, 그때 계속할걸!!이라는 후회도 있지만
번역기와 콩글리시와 바디랭귀지와
아는 영어 다 끌어다가 대화도 나름 재미있었다.
순례길 중반부 4일~8일 차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국경선을 넘었던 일이다.
사실 한국에서 국경선을 넘는다는 것은
정말 큰일 날(?) 일이기에
유럽에서 국경선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일이
생소하면서도 신기하게 느껴졌었는데
내가 직접 비행기나 기차와 같은 교통수단이 아닌
내 두 발로 국경선을 넘는다니
정말 기대되고 흥분되는 순간이었다.
포르투갈 마지막 숙소에서 한두 시간 정도 걸으니
유럽연합 표시와 함께 포르투갈 글자가 적힌
표지판이 보였고 그 뒤로 다리가 하나 있었다.
저 다리만 건너면 스페인이라는 게 설렜다.
예전 스페인 여행에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어서
더 기대되는 날이었다.
그렇게 포르투갈 표지판 앞에서 인증샷도 찍고
경건한(?) 마음으로 다리를 건너면서
포르투갈과는 그렇게 작별인사를 했다.
살짝 싱거웠던 점은
다리가 그렇게 길지 않아서
건너는데 대략 10분 정도 걸렸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또 억울한 점은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한 시간의 시차가 있어
10분 만에 한 시간이 날아갔다는 점!
그래도 인증샷은 놓칠 수 없어 스페인 표지판 앞에서도
사진을 남기고서 열심히 또 걸었다.
순례길 중반부에는 유독 기억나는 일이 많다.
포르투 해안길 걷는 내내
한국인은커녕 동양인조차 만난 적이 없는데
스페인 국경을 넘어 합류하자마자 한국인을 만났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안녕하세요.”라는 말에
정말 귀와 눈이 번쩍이며 뒤돌아보니
한국인 2분이 말을 건네와서
그렇게 그날 하루 같이 걸었던 기억도 있고
포르투갈-스페인 국경선에서부터 마주쳤던
멕시코 2분과 함께 통성명은 물론이거니와
인스타 맞팔과 함께 같이 맥주도 마시고
한국어도 알려주고 하면서 친해졌던 기억도 있다.
* 본인들은 핸드폰 삼성 쓰는데
한국인이면서 우리 보고 애플 사용한다고
국산 사용하라며 한소리 들음,,,ㅋㅋㅋ
점점 산이타고데콤포스텔라 성당이 가까워오니
마주친 사람들을 계속 마주치면서
내적 친밀감과 함께 순례길의 재미도 같이 얻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먹거리!
맛있는 음식들이 많았지만 그중에서 추천하는 두 가지는
추로스와 스페니쉬 감자오믈렛(또르띠야 데 빠따따)다.
추로스 같은 경우에는 추로스만 판매하기도 하는데
보통 핫초코와 세트로 많이 판다.
그런데 핫초코가 우리가 아는 그 핫초코가 아닌
진짜 찐 초콜릿 녹인 것 그 자체여서
혹시나 유럽 가서 핫초코를 시킨다면
코코아 whit밀크라고 주문하길!
(근데 이렇게 시키면 데운 우유에 코코아 가루를 같이 준다.)
암튼 그렇게 초콜릿라테에 추로스 찍어먹으면
몸도 따뜻해지고, 식욕도 돋고, 활력도 찾아서
달아도 순례길 걸으면서 카페에서 많이 시켜 먹었다.
또 감자 오믈렛은 얼핏 보면 계란말이 비주얼인데
계란과 으깬 감자를 섞어 팬케이크처럼 구워서 나오는 요리다.
고소하고 부드러워서 스페인 넘어가면서부터
매 끼니마다 필수로 시켜 먹었던 요리임
한국 돌아와서도 자주 해 먹었던 요리다.
순례길 중반부에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서로의 문화를 나누고
서로의 인생을 나누면서
보다 걷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
같이 걷고 있는 순례자들에게 초점이 맞춰진 나날들이었다.
또한 맛있는 음식들을 먹으면서
그 나라의 식사 문화나 유래에 대해서도 알아보는 재미가 있었으며
점차 순례길에 익숙해지면서
주위를 감상하고 느끼고 받아들이며
그저 재밌게, 마냥 즐겁게
그리고 순례길이 점차 끝나간다는 아쉬움을 느끼며
이 길고도 긴 순례길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