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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함께한다는 것

함께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사랑인가, 책임인가, 익숙함인가...

by simple Rain

시아버님이 심장판막 시술을 받으셨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개복수술을 해야 했지만, 요즘은 의료기술이 발전하여 시술로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다행이라 생각하며 병원에 모셨지만, 여러 검사를 받던 중, 뇌혈관 질환에 경도 인지장애까지 앓고 계신 걸 알게 되었습니다.


시아버님은 평소 어머님께 무뚝뚝한 분이어서, 살갑게 말을 건네거나 다정하게 챙기는 모습은 잘 본 적이 없었습니다. 어머님도 그냥 그런 사람이라며 체념한 듯 지내오셨는데, 병원에 입원하고 나니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아버님은 어린아이처럼 어머님 곁을 떠나려 하지 않고, 낮에는 물론, 밤에도 손을 꼭 붙잡고 자려고 하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평소에는 무심하던 사람이 왜 갑자기 이렇게 매달리는 걸까. 아플 때만 찾을 거면 평소에도 잘해주던가. 떠받들고 살던가. 지난번 어머님이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는(물론 통합병동이라 보호자가 필요 없었지만) 얼른 퇴원해서 혼자 지내느라 불편한 당신과 함께 지내길 원하시더니...


처음에는 낯선 병원 환경 때문이려니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간병인이나 다른 손길을 거부하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어머님은 병실 침대 옆에, 간이침대에서 밤을 지새우며 아버님을 돌보게 되었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연로하신 분이 돌봄을 위해 병실에 같이 있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며칠사이 어머니의 얼굴이 초췌해지셨습니다.


"이러다 나 먼저 쓰러지겠다"라고 하시는 어머님의 말이 귓가에 남습니다. 남편이 아픈데 어떻게 하겠느냐는 말도 덧붙였지만, 그 말이 전부는 아닌 듯합니다. 의무감에 붙들려 있는 모습이 안쓰럽습니다.

아버님이 어머님을 찾는 건 애정일까요. 아니면 불안에서 시작된 집착일까요. 아니면 편한 익숙함 때문일까요. 어머님은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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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술은 무사히 끝났지만, 아직 더 남은 시술과 치료과정이 있는데 걱정이 됩니다. 의료기술의 발전 덕분에 건강은 회복하시겠지만, 진행 중인 경도인지장애 때문인지, 주간보호센터나 요양시설을 거부하며 점점 더 어머님에게 과하게 보호를 요청하는 아버님을, 가족이 어떤 방식으로 개입해야 하는지.. 어머님이 조금이라도 덜 힘들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이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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