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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ple Rain Oct 21. 2024

갱년기의 문을 두드리다.

얼마 전, 친구들과 모임을 가졌습니다.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리의 공통 주제로 대화가 이어졌지요. 바로 '갱년기' 다들 자신의 갱년기 증상에 대해 한 마디씩 했습니다. 어떤 친구는 얼굴이 달아오르고 땀을 비 오듯 흘린다고 하고, 또 다른 친구는 잠을  제대로 못 잔다며  하소연을 하고.. 그 와중에 나를 보며 '너도 이제 슬슬 시작이야'라고 충고하는데, 나도 이젠 예외가 아니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그동안은 나에게도 다가올 일이라 마음에 준비는 하고 있었습니다. 다행스럽게 남들보다 조금 늦게 찾아온 갱년기, 하지만 신체적 변화보다도 감정의 기복부터 시작되는 이 변화가 무척이나 힘들게 다가옵니다. 갑자기 이유 없이 기분이 가라앉거나, 사소한 데 예민해지고, 한참을 우울해하다가도 몇 시간 후엔 아무 일 없다는 듯 웃고 있는 나 자신을 볼 때면 갱년기란 단순히 몸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몸의 변화도 이제 슬슬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건 다들 기본이고, 친구 중 한 명은 손가락, 손목, 팔, 어깨등이 아프다며 관절염 증세로 고생을 하더군요. 나 역시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뻣뻣한 느낌이 들 때가 가끔씩 있습니다. 에스트로겐이 줄어들면서 뼈와 관절이 약해진다는 말을 머리로는 알지만, 직접 경험하게 되니 한층 더 실감이 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나는 아직 골다공증을 겪진 않았지만, 많은 여성들이 폐경 후 골밀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골다공증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친구들 중엔 이미 뼈 건강을 걱정하며 매일 칼슘과 비타민D 보충제를 챙겨 먹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친구는 요즘 밤마다 화장실을 자주 간다고 질과 비뇨기계의 변화 때문에 불편해하고 있더라고요. 예전엔 쉽게 넘겼던 증상들이 하나둘씩 다가오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가장 힘든 건 몸이 아니라 마음입니다. 감정이 한없이 소용돌이치는 날들이 많아졌어요. 예전엔 일어나지 않았던 일들이라,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폭풍들이 나를 혼란스럽게 하고, 때론 설명할 수도 없는 감정들에 휘말리기도 합니다. 친구들이 갱년기 증상을 말하며 웃을 때도, 그 안에 담긴 보이지 않는 무게가 느껴집니다. 몸은 물론이고 감정적으로도 우리는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시기를 겪고 있는 거예요


그렇다고 다 나쁘기만 한 건 아닐 거라 믿고 싶습니다. 갱년기는 분명 불현하고 힘든 시기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나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할 수 없게 되면서, 더 세심하게 나 자신을 돌보게 됩니다. 친구들이 "너도 이제 시작이야"라고 말할 때 나는 속으로 생각합니다. 맞아, 이제 시작일지도 몰라, 하지만 너무 비관적으로만 생각하지 말자고, 이 또한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이니까..



50대를 지나는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갱년기를 겪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땀과 열로, 어떤 이는 감정의 소용돌이로, 또 어떤 이는 신체 질환과 증세로. 이 복잡하고 다양한 증상들 속에서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여정을 걷고 있는 것입니다. 갱년기를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아 나 자신을 더 잘 알아가고 돌보는 법을 배우는 시기로 바라본다면, 어쩌면 이 과정은 인생의 또 다른 단계로 나아가는 중요한 한 걸음일지도 모릅니다.


결국, 갱년기는 나 자신을 다시 발견하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에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힘이 되어주는, 함께 걸어가는 친구들이 있어서 더욱 든든하기도 합니다. 친구들과 만남을 갖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가족도 중요하지만, 가족 못지않게 친구들과의 소통은, 갱년기라는 이 시기를 좀 더 의미 있게 만들어 주고, 함께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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