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나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다짐
대물림되는 상처는 없을 것은
원래 '나는 곪았다, 터져버린 불안감, 경계성성격장애, 상간녀소송, 700원의 무게, 나이스이혼!'이라는
제목으로 나눠 쓸 작정이었습니다.
무거운 주제이긴 하지만 내 인생에 있어서 터닝포인트가 된 일이기도 하고,
실제로 이 일이 있고 난 후에 저에게 아주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하고 싶은 말, 해야 했을 말까지 모두 쏟아내며 거침없이 써내려 가기 시작했었지만,
쓰면 쓸수록 마음이 무거워지고 에너지가 소진되면서 힘든 마음이 들어 우울해지기도 했습니다.
과거의 상처와 마주 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고, 그때의 감정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글쓰기를 멈추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몇 번이나 글을 쓰고 지우며, 나중에 이 글을 아이들이 읽게 될 수도 있다는 불안함에 멈칫하기도 했습니다.
남들에게 꺼내 보여주기 싫은 나의 상처를 풀어내야 하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입니다.
모든 것을 다 털어내고, 나이스이혼! 땡큐 상간년! 을 외치던 나는 어디 가고
다시 두렵고 무섭고 불안감에 휩싸이는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하루빨리 모든 것을 털어내고 글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글쓰기를 이제 막 시작한 아마추어라 솔직하고 담담하게 적어내는 것 또한 힘든 일이었습니다.
잘 쓰는 글을 만들고 싶다기보다 어서 빨리 이 글을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그렇게 후다닥 저의 이혼이야기는 2편으로 글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나를 덜어내는 과정을 겪은 것 같아요.
이제는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조금 더 자유로워지는 저를 기대해 봅니다.
요즘 이혼은 더 이상 흠이 아닌 시대라고들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이유로 이혼을 선택합니다.
얼마 전 한 배우의 이혼 소송 소식이 떠들썩했었죠. 코믹하게 표현된 이혼이라는 소재 뒤에, 마지막 인사에서 보인 배우의 눈물은 결코 이 길이 쉽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것 같아 저도 함께 울었습니다.
이혼을 선택하는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 경제적인 문제, 그리고 주위의 시선 때문에 고민합니다. 저 역시 이혼을 결정하기까지 수많은 갈등을 겪었습니다.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채 혼자 끙끙 앓았던 시간들 속에서 저는 저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네가 진심으로 원하는 게 뭐야?”
한 가지 확실했던 건 이혼을 하냐 안하느냐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아야만 이혼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도대체 답이 나오지 않아서 울기도 하고, 매달리기도 하고, 소리도 질러보고, 욕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때려도 보고, 차분하게 이야기도 해보고, 달래도 보고, 부부상담도 받으며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답을 찾기 위해 수없이 많은 방법을 시도했고, 선생님, 형님등 나보다 경험이 많은 분들께 조언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마지막에는 시아버지 산소를 찾아갔습니다. 길도 모르는 그 시골길을 어떻게 찾아갔는지 기억도 나지 않아요. 생전 좋아하시던 떡과 술, 담배를 사들고 가서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때 스치듯 들었던 생각은 '나는 나를 방치했었다.'였습니다. 주변의 시선, 아이들의 상처, 어머니의 걱정을 고려하며 나를 위한 선택을 미루고 있었던 것이죠.
‘더 이상 나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저는 이혼을 선택했습니다.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무의미해진 상태였기에 가능한 선택이었지만, 혹시나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저의 이야기가 작은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신을 방치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 글을 끝으로 제 이혼 이야기는 마무리하려 합니다.
이제 철없고 겁 없던 나의 이야기를 조금 더 풍성하게 나누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