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모임 덕분에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나는 단순히 글을 쓰는 즐거움을 넘어서 더 글쓰기를 잘하고 싶고, 피드백도 받아보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한 달에 한번, 3개월 동안 글쓰기 관련 책을 읽고 글쓰기 관련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구미에 있다니!
이런 건 무조건 해야 해~ 10월부터 구미현장도 있고. 월 1회 모임은 부담스럽지 않을 것 같아 고민 없이 신청했다. 신이라는 것이 났었다.
그렇게 나와는 다른 세계 살고 있는 분들을 만났다.
난 줄눈업종에서나름 말빨이 좋다. 누구랑 이야기를 하거나 고객상담도어렵지 않았는데... 모임에서 만난 분들은 조리 있고 차분하게 생각을 표현한다.나는 내 생각을 조리 있게 표현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왜 그렇게 어색하기만 했을까? 새삼 말하는 것이 어려웠다. 분위기는 익숙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조용하고 차분함 속에서 책상에 앉아 한 시간 반을 지루하지 않게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또 재미있었다.나와는 독서의 깊이, 글쓰기에 대한 넓은지식이 남다른 분들이었다. 줄눈이라는 우물에만 있으려고 했다면 못 만났을 귀한 인연이다.
무언가 왠지 모르겠지만 친숙한 느낌이 있었다. 그분들은 무조건 날 응원해주기도 하셨다.
숙제가 생겼다.
1. 브런치작가도전하기
2. 자선적 에세이의 기획의도. 목차, 글 10개 이상 작성
3. 단톡에 올라오는 주제에 맞는 글쓰기
4. 매달 정해진 책 읽기
늘 그래왔던 것처럼 하기로 했으니, 무조건 했고 해야만 했다.
숙제를 완료하기 위해 매일 시간을 만들어 집중하려고 애를 썼다. 모든 초첨은 글쓰기에 있었다.
독서모임이 있는 날은 아예 휴무로 잡아두고, 책도 미리 주문해 두고 읽기 시작했다.
온정신이 글쓰기에 꽂혀 머릿속에있었던 그동안의 나의 이야기들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두어 달 동안 약 50개 글을 쓰고 지우기를 얼마나 했는지 모르겠다. 쓰다가 잘못 저장해서 날아가기도 하고. 다시 읽어보니 맘에 들지 않아 삭제하기도 했다. 과거의 힘든 일과 마주하며 우울해지다가, 다시 다짐과 중심이 잡아가는 과정을 반복했다.
모든 일을 멈추고 글 쓰는 삶을 그려보았다.
휴게소에서 라면을 기다리면서도, 화장실을 가면서도, 운전을 하다가도 뭔가 생각나는 단어나 문장이나 쓰고 싶은 말이 생각나면 핸드폰을 열어 카톡에 메시지를 습관처럼 남겼다.
기획의도가 헷갈려서 이리저리 왔다 갔다 쓰고 지우 고를 여러 번, 정리도 안 되는 것 같고...
구독대상을 생각하는 것이 어려웠다. 글을 쓰는 내용은 계속 반복되는것 같고 우울감에 빠지니 자신감이 떨어지는것같기도 했다. 나의 솔직한 생각과 감정들을 쏟아내는 것이 친구와 수다로 풀어내는 것과는 달랐다. 그냥 중간에 의기소침해져서 포기할까도 고민하기도 했다.
글을 쓰면서 나는 계속 내면에서 올라오는 갈등들이 있었다. '누구 보여주려고 하는 거 아니고,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야.'라는 생각과 '지금 나는 결국 보여주려고 글쓰기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의문에 오락가락했다. 나름대로 내 안에서 나를 찾아가는 또 다른 과정을 겪었던 것 같다.
그러던 찰나에 브런치스토리 합격메일을 받았다.
뭔가 지지부진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살짝 흔들리기도 했다. 합격메일은 나를 정신을 한 번 더 가다듬게 해주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리고 제일 걱정스러웠던 부분,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던 브런치작가 도전과 합격이라는 숙제 1번이 완수했다는 것이 기뻤다.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브런치에 글을 쓰고 옮기고, 글을 반복적으로 읽고 정리하는과정은 단순히 글을 잘 쓰고 싶은 욕망을 넘어서 나를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 되었다. 그런데 왠지 '브런치스토리'의 작가의 서랍은 뭔가 나에게 더 큰 집중도를 갖게 해 주는 마법툴 같기도 했다.
'타닥타닥' 손가락이 끊임없이 노트북을 두들기며 움직여졌다.
마치 노트북에서 내가 만들어내는 소리는 나에게 울리는 '토닥토닥' 소리처럼 들렸고, 나를 위로해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