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의 내용은 사랑하는 젊은 부부가 꿈을 찾아 서울로 가려는 그날 저녁, 점점 커지는 달을 보면 정신을 잃고, 깨어나보니 70살이 넘은 노인이 되어있는 이야기다. 미래를 약속했던 사랑하는 그녀는 사라지고, 웬 할머니가 옆에서 ‘염감’이라고 부르며 그를 지켜준다. 과거에서 온 젊은 노인은 본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 노인은 알츠하이머 환자였다. 정신이 돌아온 그는 사랑하는 그녀와 30년을 함께했고, 비록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그녀와 행복한 삶을 살며 그들만의 꿈을 이뤘다. 중년의 부부라면 더욱 감명 깊게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뮤지컬을 보고 나는 생각에 잠겼었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과거의 행복했던 나의 사랑은 어디 있는 것일까?
오랜 사랑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슬픔은 없다. 나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나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아직 나에게도 사랑이라는 감정이 남아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상해 본다. 혹여라도 그가 알츠하이머가 생기면 나를 알아볼 수 있을까? 치매 걸려도 너만 까먹지 않겠다고 손가락 걸고 약속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확인할 수 없는 약속이니 말이다.
지금 내 옆에 함께 있는 그 사람을 보았다. 함께하면 참 편안하고 행복한 사람이다.
그는 늘 나를 웃게 해 주고, 배려해 주고, 나와 함께 하는 시간은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 칠칠맞은 나에게 한 번이라도 짜증을 내거나 하는 것도 없다. 물이라도 흘리면 얼른 닦아주면서 나를 살뜰히 챙긴다. 드라마를 함께 보며 웃고, 울고, 생각이 비슷한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여유로운 저녁 시간을 함께한다. 이렇게 티키타카가 이렇게 잘 맞는 사람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싶다.
그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노년의 미래가 있을까. 이건 그저 ‘꿈’인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그냥 연인의 모습으로 함께 하고 있다. 누가 보아도 부부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으리만큼 아끼고 위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하는 오랜 노인의 모습의 청사진이 그려지지 않으니, 어쩐다. 이기적인 내 생각 때문일 수도 있다.
중년의 사랑이란 것이 이런 걸까?
우리의 사랑은 파도 같이 매일 넘치는 것이 아니라, 잔잔한 호수같이 세월의 모진 풍파를 보내고 조용하게 후년을 맞이하고 싶은 마음이다. 각자 너무 다른 환경에서 오랜 세월을 살아온 우리가, 지금은 공통점을 느끼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이해의 폭이 넓어져 있다는 것이다. 서로 의지할 수 있는 동지애가 생기기도 한다.
아름답고 행복했던 젊은 시절은 돌아가고 싶은 ‘꿈’ 같은 일인 것일까? 젊은 시절 함께하지 못한 그와 함께라도 우리에게 ‘꿈’은 있으니까. 다른 행복으로 우리를 채워갈 수 있지 않을까? 모든 것이 확실하지는 않지만 나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니까. 지금은 그저 흐르는 대로 살아가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