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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방울 꽃 Oct 10. 2024

6. 나는 매일 싸움을 한다.

B와 D사이의 C

눈물을 꾹 참으며 의사 선생님을 바라보는 나에게 선생님께서 나긋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넌 참 잘 참는구나, 나중에 의사 해도 되겠다."

그날의 어린 나는 선생님의 다정한 목소리를 속으로 곱씹으면서 병원에 가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칭찬의 효과가 참 컸는지 의사 선생님은 못 됐지만, 웬만한 고통은 이겨내는 건강한 어른으로 자랐다.


최근에 사랑니를 뺐다. 임신 중 사랑니로 고생했다던 한 선생님의 말을 듣고 사랑니 발치를 결정했다.

이빨을 부수는 소리가 날 때마다 깜짝깜짝 놀랐지만 어린 내가 그랬던 것처럼 주먹을 꽉 쥐었다.


손으로는 욱신거리는 볼에 냉찜질을 하고, 눈으로는 텅 빈 사랑니 자리를 바라보았다.

미리 준비했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뽑은 맞겠지?라는 생각이 불쑥 찾아왔다.


우리는 많은 가능성 중에 하나를 고른다.

사랑니가 붓지 않고 지나갈 수도 있지만, 결국 발치를 결심한 나의 경우처럼 말이다.

나는 매일 싸움을 한다. 바로 확률싸움.



확률은 어떤 일이 일어날 가능성 또는 개연성이라고 한다.

여기서 개연성이라는 말에 주목하고 싶다. 즉, 영향을 주는 큰 흐름 속에서 하나를 고르게 된다.

당시에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 주변 환경이 나의 선택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B와 D사이의 C라는 말이 있다.

삶(Birth)과 죽음(Death) 사이의 선택(choice), 우리는 매일 같이 선택을 한다.


확률싸움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만큼

선택 하나에도 많은 생각을 하고, 선택을 한 후에도 미련을 거두지 못한다.

밥 먹고 화장실에 가고 당연한 행동에 이유를 붙이지 않듯이

이미 선택해서 지나가 버린 과거에 걱정을 붙일 필요가 없다.


어느 날 한 아이가 눈이 퉁퉁 부은 채로 학교에 왔다. 고민이 많아 잠을 설쳐서 눈이 부었다는 아이에게

어떤 고민인지 물었다.

"방학 때 친구를 집에 초대하고 싶은데, 엄마가 허락 안 해줄 것 같아요"

아이는 나와의 대화를 통해 이 고민을 오늘 저녁에는 꼭 이야기하는 용기를 가져보기로 약속했다.

다음날, 밝은 모습으로 온 아이와 대화했다.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허락은 못 받았어요, 좀 속상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편해요"


아이의 말에서 내 마음에 담아 두었던 한 문장이 떠올랐다.

'내가 마음 쓴다고 일어나야 할 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선택 따라오는 미래는 손에 있는 것이 아니다.

손에 넣을 없는 것을 자꾸 손에 넣으려 하면 나 자신만 지치기 마련이다.


머리로는 알아도 마음으로 자꾸 눈에 밟힐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속으로 되뇐다. "나는 최선의 선택을 다."

최고가 아닐지언정 그 상황에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나간 일은 물처럼 흘려보내야 한다."

과거는 후회라는 꼬리표를 붙이기보다 물처럼 흘려보내는 것이 더 낫다.





사진출처: 예스항외과(yeshsc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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