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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15. 다섯 번째 방콕 day-4

by 억만개의 치욕

새벽에 잠이 깼다. 이른 아침 이동이 있으면 항상 잠을 설친다. 7시 45분 기차를 타야 한다. 그래서 나는 6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아이를 깨워 짐을 싸려고 했다. 근데 4시에 잠이 깨 다시 잠들지 못했다. ㅜㅜ 숙소에서 톤부리역까지는 10분이 좀 넘게 걸린단다. 7시에 출발하면 되겠다 싶다. 정확히 7시에 그랩을 불렀는데 7분 걸리네. 그래도 그랩이 정확히 7분 후에 왔다. 다행… 7시 20분 좀 넘어 톤부리역 도착.


칸차나부리 가는 기차가 하루에 두 번 있다. 7시 45분과 1시 55분이다. 나는 오늘 죽음의 철도와 콰이강의 다리를 보고 내일은 에라완 국립공원을 갈 예정이었다. 톤부리 역에 도착해 표를 사러 갔는데 어디 가냐고 한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칸차나부리’라고 답했고 2인 200밧을 지불했다. (현지인은 거리마다 다른 요금, 외국인은 무조건 100밧?)

톤부리역은 작고 낡은 역이다. 아유타야 갈 때는 후알람퐁역이었는데 거기에 비하면 너무 작다. 혹시 몰라 역무원에게 표를 보여주며 이쪽 편에서 타는 게 맞는지 또 확인했다. 기차는 7시 30분 조금 넘어 들어왔고 많은 사람들이 밀치며 기차로 몸을 들이민다. 나도 그 대열에 합류~ 지정 좌석이 없는 3등석인데 객차마다 좌석이 다르다. 일단 빈자리에 착석~ 어디선가 봤는데 갈 땐 왼쪽에 앉으라고~~ 그래서 왼쪽에 앉음!

역무원이 검표하고 티켓에 구멍을 ㅋㅋ 기차 안에서 폭풍 검색~ 칸차나부리에 간다고 했는데 죽음의 철도는 칸차나부리역에서 1시간 20분 더 가는 탐크라세 역이네. 그때부터 고민에 휩싸인다. 칸차나부리에 내려서 호텔 체크인을 하고 기차로 탐크라세까지 끊어갈지… 바로 갈지… 찾아보니 어디서 내리던 요금이 100밧이란다. 내 티켓에는 칸차나부리에 10시 35분 도착이라 되어 있지만 11시 53분 도착한다는 탐크라세 역까지 바로 가기로 결심한다. 기껏해야 100밧 더 내겠지… 했다. (칸차나부리 지나고 역무원이 티켓 확인을 했는데 문제없었다. ㅎㅎ) 가는 길은 아름다웠다.

칸차나부리 역을 지나 탐크라세에 도착하니 12시가 다

됐다. 아침도 못 먹고 기차를 탔다. 톤부리역 앞 시장에 도시락을 팔았지만 엄두가 안 났다. 기차 안에서도 이것저것 먹거리를 팔았는데 역시 못 먹겠다. ^^;; 12시쯤 탐크라세 도착해 칸차나부리 돌아가는 오후 기차 스케줄도 확인~ 1시 36분 기차 타면 되겠네….

탐크라세 역에 가까워지니 기차 속도가 느려지면서 사진을 찍으려는 손들이 다투어 창밖으로 나온다. 드. 디. 어. 탐크라세역 하차! 4시간 넘게 바람과 소음과 딱딱한 의자와 먼지와 싸우며 도착. 이거 보려고 여기 왔네 내가… ㅋㅋ

아이가 배고프다. 일단 밥부터 먹자.

역 오른쪽 끝 식당~ 솜땀 50밧, 팟타이 50밧. 방콕보다 싸다. 그리고 훨씬 맛있다. ㅋㅋ 착해 보이는 주인아주머니께 배낭 2개를 맡겼다. 30분 후에 찾으러 온다 하니 식당에 두란다. 컵쿤카~~~

밥 먹고 이제 죽음의 철도, 나를 칸차나부리로 오게 한 철도를 걸어보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죽음의 철도 노선으로 불렸던 시암 – 버마 철도 구간 중 현재 남아 있는 방콕 – 남톡 구간이다. 시암-버마 철도는 태국 농프라독에서 버마 탄부자얏까지를 잇는 415km 구간이란다. 19세기 영국인들이 태국 아유타야 시대에 철도건설을 시도했으나 험난한 지형 조건으로 포기했던 곳이었는데 1942년 버마를 침공한 일본은 자원 약탈과 군대의 보급을 위해 철도가 필요했고, 1942년 노선의 양 끝에서 공사가 시작될 때만 해도 일본조차 5~6년의 공사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던 것을 16개월 만에 완료했다고…. 이때 6만 명의 연합군 포로와 20만 명 이상의 동남아시아인이 강제노동에 투입됐고 공사에 투입된 인력의 1/3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단다.(프레시안 기사 참고) 아픈 역사를 알고 나니 숙연해진다. 철도 왼쪽으로 작은 동굴이 있는데 거기에 추모 공간이 있는 것 같다. 들어가지는 않았다…. 철로를 걸어 돌아와 커피 한잔을 마시고 다시 칸차나부리로 ~ 오늘 기차만 5시간 넘게 아니 거의 6시간 타네. 돌아가는 기차표는 따로 끊지 않고 선탑승 후발권~~ 역무원이 돌아다니며 발권을 해준다. 외국인은 무조건 100밧. 칸차나부리역에서 내릴지 콰이강역에서 내릴지 고민하다 숙소가 콰이강역에 가까워 콰이강역에 하차. 숙소가 걸어서 5분~ 오예~~

숙소에서 잠시 쉬다 해지는 콰이강의 다리를 건너본다. 여기도 포로들의 죽음이 재료가 되었겠구나…. 다리 위에서 마주 보이는 사찰의 불상이 괜히 찡하다. 저녁도 먹을 겸 다리가 보이는 수상 식당으로 갔다. 맛은 그냥 그랬다.

저녁 먹고 숙소로 오는 길에 맥주 사서 먹고 씻었다. 긴 하루가 이렇게 지났네. 그래도 오늘의 할 일 죽음의 철도와 콰이강의 다리를 봤으니 됐다. 내일은 오토바이를 빌려서 에라완 국립공원 폭포를 갈 예정이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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