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반 패스를 지나는 기차를 타다
2025.5.2.
이번 여행의 시작이 ‘기차’였다. 베트남에서 닌빈과 하이퐁을 갈 때 침대칸에 타고 간 적이 있는데 두어 시간 가는 코스에도 소프트시트가 아닌 침대칸을 탔던 건 침대칸 열차에 대한 낭만적 욕구 때문이었다. 10시간이 넘는 거리, 그러니까 기차에서 1박을 해보는 것에 대한 무모한(?) 낭만욕이 바로 이번 여행의 시작이었고, 기차 타고 다낭이나 그보다 더 먼, 30시간 넘게 걸린다는 호치민으로 가볼까도 생각했었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는 아니라도 베트남 종단 열차를 타자!! 이 생각으로 코스를 짜다 동허이-후에-다낭을 모두 기차로 뽀개보자 싶었던 건데 결론은 하노이에서 동허이까지 비행기를 탄 건 신의 한 수였다. ㅋㅋㅋ
다낭으로 이동하는 날~ 12시 36분 열차이니 12시 체크아웃하면 될 터였다. 아침에 러닝머신 뛰고 반신욕 하고 느지막이 딸아이 깨워 조식 먹고 천천히 짐 쌌다. 11시 40분에 체크아웃! 맥주 두 캔, 스프라이트 하나 미니바 먹었다.. ㅋㅋㅋ 결제하고 그랩 불렀다. 역까지 걸어서 20분 거리지만… 뜨거우니 그랩 타기로~~ 와… 5분도 안 걸렸다. 12시 전에 도착해 버려서 역무원에게 열차 확인하고 바로 앞 마트에 갔다. 맥주 한 캔과 과자 샀다~~ 플랫폼 안으로 들어가니 상점들이 또 있다. 옥수수 삶은 거 살까 하다가 맥주 한 캔 더 사고 딸아이 음료 하나도 더 샀다.
동허이에서 후에로 가는 기차는 소프트시트였는데 시끄럽고 불편했다. 후에에서 다낭까지는 침대칸 2층이었는데 ㅋㅋㅋ 역시 시끄럽고 불편했다. 프라이빗 할 줄 알았는데 아래칸의 베트남 가족… 아기는 울고 엄마는 코 골고 잤다. 좁은 객실 안에 베트남 가족(아이 둘)네 명에 우리 둘까지 …갑갑했다.객실 안의 네 침대를 모두 예매했어야 했다. 그랬으면 조용하고 편하게 왔을 것이다. 윗 칸에서 불편하게 가다가 화장실 가려고 내려와 나는 한 시간 넘게 좁디좁은 열차의 복도에 서서 갔다. 덕분에 세상 아름다운 경치를 보았지만~
하노이에서 호치민까지 달리는 이른바 통일열차가 세계에서 가장 놀라운 기차여행 9선 중 하나로 뽑혔다는데 후에에서 다낭 구간의 절경이 유명한 것 같다. 지난 12월에 혼자 다낭에 왔을 때 하이반 패스로 불리는 하이반 고개를 오토바이 타고 갔었는데 가는 길이 아름다웠다. 그 길 옆으로 철로가 있는 것 같다. 기차를 타고 바라본 바깥 풍경은 아름다웠고…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역사를 증명하는 철로와 열차가 산과 들과 바다를 제쳐나갔다.
열차는 중간중간 멈췄고 좁은 열차의 복도로 음식을 파는 역무원이 종종 지나갔다. 그렇게 우린 세 시간 하고도 십여분이 지나 다낭에 도착했다.
우선 그랩으로 호텔로 가자. 짐을 내려놓고 김치찌개 먹으러 가기!! 체크인하고 일단 미케비치로 갔다. 와~~ 머선 일이고?? 다낭 세 번짼데 미케 비치에 사람 요래 많은 건 첨이네~~ 밥 먹고 다시 오자!! 지난겨울 내가 맛나게 먹었던 포차로 가니 5시다. 엥? 근데 6시부터 영업이래~ ㅜㅜ배고픈 우리는 다른 한식집으로 갈까 하다가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 마시며 기다리기로~ 6시 딱 맞춰서 갔다. 근데 그때의 맛이 아니다.. ㅡㅜ 영원한 게 있겠냐만은…
밥 먹고 다시 미케 비치로 가 모래사장에 좀 앉았다가 다낭 올 때 매번 갔던 비치바에 들러 맥주 한잔 더 쌔리고 호텔로 왔다. 내일은 오토바이를 빌려서 하이반 패스 드라이브 하고 호이안까지 다녀오는 게 목표다. 목표? 이런 걸 목표라 하나? 그냥 계획? ㅋㅋ 삶의 목표에 대해 생각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