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 웃음

女兒始學語(여아시학어) 

말을 갓 배운 어린 딸아이

折花以爲娛(절화이위오) 

꽃을 꺾어 장난하네

含笑問爺孃(함소문야양) 

웃음 띠며 부모에게 묻기를

女顔花以無(여안화이무) 

제 얼굴이 꽃과 비슷한가요

신정(申晸)

조선 후기 때 공명정대한 암행어사로 유명했던 신정이 어린 딸의 재롱을 보며 지은 시다. 얼굴을 활짝 펴고 웃는 아이들은 꽃보다 더 예쁘다. 왜 사람들은 나이 먹을수록 이 같은 웃음을 잃어가는 걸까.

보톡스를 맞은 여성들과 그렇지 않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우울증 및 불안 상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보톡스를 맞은 여성들을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우울증과 불안감이 적었으며 더 행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톡스를 맞아서 더 행복해진 것일까, 아니면 보톡스를 맞을 만큼의 여유가 있어서 더 행복한 것일까.

지난 2009년 영국 카디프대학 연구팀이 진행한 이 실험결과의 정답은 바로 얼굴 표정이다. 보톡스를 맞은 여성들의 경우 나쁜 일이 있어도 얼굴을 찌푸릴 수 없기 때문에 더 행복했던 것이다.

뇌는 거짓과 진실을 구분하는 능력이 없어서 곧잘 우리의 얼굴 표정에 속곤 한다. 예를 들어 차가운 얼음물 속에 손을 담그고는 억지로 웃는 표정을 지을 경우 동일한 상황에서 그런 표정을 짓지 않는 사람들보다 심장박동수가 낮아지며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세로토닌의 분비가 촉진된다는 사실이 실험에서 밝혀졌다. 즉, 거짓이든 억지로든 웃기만 해도 우리는 실제로 행복해지는 것이다.

사람들이 안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 쓴웃음을 짓거나 슬픈 상황에서 오히려 헛웃음을 터뜨리는 것은 이처럼 뇌를 속여서 조금이나마 스트레스를 해소시키기 위한 자기방어 본능으로 볼 수 있다.

한 번 크게 웃을 경우 몸속에 들어있는 650개의 근육 중 231개가 동시에 움직이게 된다. 또 횡격막의 상하 운동이 늘어나 폐의 구석구석까지 신선한 산소와 혈액이 공급되며, T임파구나 감마인터페론 등의 항암제가 증가한다. 웃음에는 운동효과도 있어서 3분 동안 웃을 경우 11㎉가 소모되며, 하루 10분 정도 박장대소하면 1년에 약 2㎏의 체중을 줄일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가 여전히 웃음에 인색한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의 심리학자 바초로프스키는 웃음이 사회적 유대관계를 위해 진화한 행동이라는 주장을 폈다. 즉, 상대방으로부터 의심을 풀고 환심을 얻어내기 위해 웃음이라는 인간의 특별한 행위가 발달하게 되었다는 것. 

이 이론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권위가 높은 계층은 웃음을 지어 보일 필요성이 그만큼 적어지게 된다. 실제로 인도에서는 낮은 계급이 높은 계급의 사람들에게는 웃지만, 반대로 높은 계급은 낮은 계급의 사람에게 웃음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도 웃음은 적어진다. 아이들의 경우 하루에 300~400번 가량 웃지만, 어른들은 대개 15~18번 웃는 게 전부라는 것. 권위와 연륜을 지우고 한층 더 젊어지기를 원한다면, 보톡스 같은 억지웃음을 지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