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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규 Nov 27. 2024

여성들이 잠을 잘 자는 까닭

月落星稀天欲明(월락성희천욕명) 

달 지고 별 사라져 날이 새는데

孤燈未滅夢難成(고등미멸몽난성) 

외로운 등불 꺼지지 않고 잠은 오지 않네

披衣更向門前望(피의갱향문전망) 

옷 걸치고 행여 님 오실까 문밖 바라보니

不忿朝來鵲喜聲(불분조래작희성) 

아침부터 애꿎은 까치만 울어대네


閨情(규정) / 이단


예부터 까치가 아침에 울면 반가운 사람이 온다는 말이 전해진다. 하지만 밤새 사랑하는 임을 기다린 이에게 까치 소리는 오히려 불만스러울 뿐이다. 기쁜 소식을 알리는 까치 울음이 애꿎게 들리는 건 밤새 잠을 설친 탓이 아닐까.


인간은 잠을 자지 않고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까. 기네스북에 의하면 1964년 랜디 가드너라는 17세의 미국 고교생이 세운 264시간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랜디는 기록에 도전하는 동안 정신분열증, 편집증, 환각, 피해망상 증세와 함께 방향감각을 잃는 등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잠이 부족할 경우 집중력이 저하돼 일의 능률이 떨어질 뿐 아니라 면역력이 약해져 각종 질환에 걸리기 쉽다. 또 수면이 부족하면 야식을 더 많이 먹게 돼 비만으로 이어지며, 뇌의 노화가 앞당겨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것은 수면 부족이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점이다.

 

1950년대 미국 암협회는 1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운동, 영양, 수면, 흡연 등 여러 가지 요인에 대해 오랜 기간 동안 추적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사망률과 가장 관계가 깊은 요인은 바로 수면인 것으로 밝혀졌다. 즉, 너무 적게 자거나 많이 잘 경우 정상적인 수면을 취하는 사람들보다 사망률이 높게 나타난 것. 여기서 정상적인 수면 시간은 하루 8시간 정도였다.


여성이 남성보다 장수하는 이유가 수면을 잘 취하기 때문이라고 보는 과학자도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의 브곤차스 박사는 똑같은 시간을 자더라도 여성의 경우 하룻밤에 70분 숙면을 취하지만 남성은 40분 정도 숙면을 취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여성들이 밤에 우는 아기로부터 방해받는 것을 대처하기 위해 수면습관을 발전시킨 결과이며, 이 덕분에 여성들의 평균수명이 더 높다는 것.


그럼 잠을 적게 자고도 머리 회전이 잘 되고 활기차게 생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실제로 이 같은 실험이 진행된 적이 있다. 수면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하나 바꾼 돌연변이 초파리를 탄생시킨 결과, 30% 적게 자고도 생체반응과 활동 속도에 있어 정상 초파리들과 똑같아질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런데 그 초파리들에겐 치명적인 문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수명이 30% 단축되었다는 사실이다.

 

최근 우리나라 고교생의 평균 수면 시간이 6시간 32분이라는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청소년들의 경우 수면 시간이 부족해지면 일상생활의 스트레스에 대한 대응력이 저하돼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 외국의 연구에서는 하루에 5시간 이하 취침하는 청소년의 경우 8시간 정도 자는 청소년에 비해 자살 충동을 느낄 가능성이 48% 더 높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초․중․고생 중 33.8%가 최근 1년간 자살을 생각해봤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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