翁年垂八十(옹년수팔십)
거의 팔십이 다 된 늙은이가
日與小兒嬉(일여소아희)
날마다 어린아이와 즐겁게 노네
捕蝶爭相逐(포접쟁상축)
서로 다투어 나비를 쫓아다니고
黏蟬亦共隨(점선역공수)
매미도 함께 잡으러 다니네
自戱效放翁(자희효방옹) 중에서 / 안정복
어린 아이들은 종종 백발이 성성한 여든 살의 노인도 동심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아이들과 함께 뛰어노는 노인들의 모습을 상상하면 주책없는 늙은이라는 핀잔보다는 누구든지 얼굴에 빙긋 미소가 돌게 마련이다.
원시적인 삶을 살고 있는 부족 사회에서 외지인이 방문했을 때 행하는 환영 의식은 대개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온몸에 무늬를 그린 전사들이 창과 활 같은 무기를 든 채 춤을 춘 다음, 귀여운 아이들이 나와 야자나무 잎을 양손에 쥐고 흔들며 외지인을 맞이하는 것.
국빈을 맞이하는 현대 국가들의 환영 의식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잘 훈련된 의장대의 사열과 함께 예포가 울려 퍼지면 예쁘게 차려 입은 어린이들이 나와 꽃바구니를 건넨다.
즉, 전사의 위협적인 춤과 의장대의 사열 및 예포 등으로 자기의 힘을 상대방에게 과시한 뒤, 꽃을 든 아이들을 내세워 상대의 공격성을 누그러뜨리며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이다.
세계 어느 민족이든 귀여운 아이들을 보면 행복감을 느끼지 않을 사람은 없다.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아기 사진 등의 귀여운 것을 봤을 때 인간의 뇌는 불과 1/7초 만에 쾌락을 관장하는 부위가 활성화된다고 한다.
실제로 영국 하트퍼드셔 대학 연구팀의 실험에서 지갑 안에 아기 사진이 있을 경우 가족이나 노인 사진이 들어 있을 때보다 분실 시 되돌려 받을 확률이 훨씬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일본 연구팀의 연구 결과 아기나 귀여운 동물 사진을 볼 경우 게임이나 숫자를 찾아내는 과제를 주었을 때 그것을 해결하는 정신 능력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그 연구보고서에 ‘가와이의 힘’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가와이는 일본어로 귀엽다는 뜻이다.
또한, 미국에서 발표된 새러 하디 박사의 논문에 의하면 인간이 다른 유인원과 구분되는 협업 능력을 갖게 된 이유가 바로 ‘귀여운 아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귀여운 아기를 가족 모두가 함께 키우며 협업과 조정 능력이 발달했으며, 아기 역시 그런 보살핌 덕분에 인지 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귀여운 아이들을 내세운 예능 프로그램들이 요즘 TV 시청자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평균 합계출산율은 1960년 이후 지난 2022년까지 절반 이하로 떨어졌으며, 같은 기간 우리나라는 거의 8분의 1수준으로 급락했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의 분기별 합계출산율이 8년여 만에 반등했다는 소식이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사회가 되기 위해선 아기들의 울음소리가 더 커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