蕭蕭落葉聲 (소소낙엽성)
우수수 낙엽 지는 소리를
錯認爲疏雨 (착인위소우)
가랑비 소리로 잘못 들었네
呼童出門看 (호동출문간)
아이 불러 문 밖에 나가 보랬더니
月掛溪南樹 (월괘계남수)
개울 남쪽에 달이 걸렸다고 하네
秋夜(추야) / 정철
밝은 달이 휘영청 걸린 가을밤, 낙엽 지는 소리가 빗소리로 들리는 풍경은 상상만 해도 마음이 푸근해진다. 자연이 내는 모든 소리는 너무 가슴을 설레게 해 이처럼 구별하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배를 나란히 하고 황하를 건널 때 만약 빈 배가 와서 자기 배에 부딪치면 비록 마음이 좁은 사람이라 해도 화를 내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한 사람이라도 그 배에 타고 있다면 불같이 화를 낸다.” 장자 외편 제20편에 나오는 빈 배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 일상에서도 이와 똑같이 적용되는 사례가 있다. 바로 소음이다. 도시생활에서 자동차와 항공기 등의 교통소음은 대기오염 다음으로 건강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요소로 꼽힌다. 특히 뇌졸중과 심혈관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소음으로 인한 불상사는 자동차 경적이나 비행기보다 훨씬 소리가 작은 층간소음에서 더욱 잦다. 교통소음이 특정한 주인이 없는 빈 배라면, 층간소음은 소리를 내는 확실한 당사자가 타 있는 배이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사람들이 층간소음에 더 민감한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층간소음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내는 중량충격음이다. 이 소리는 공명 현상을 일으키며 아래층 사람에게 전달돼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이처럼 공명 현상을 통해 전달되는 중량충격음은 50㎐ 이하의 저주파로서, 사자나 호랑이 같은 맹수들이 내는 포효 소리와 같은 구조다. 맹수들이 포효하는 저주파음은 사람을 비롯한 다른 동물들에게 공포감과 불쾌감을 유발하게끔 최적화되어 있다.
또 하나, 독일 연구진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귀에 미세하게 들리는 저주파음이라 할지라도 장시간 노출될 경우 청각에 영구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0초 동안 30㎐ 정도의 저주파 소음을 들려준 후 청각 장애를 진단하기 위한 검사 중 하나인 ‘자발 이음향방사’ 검사를 한 결과 3시간 동안이나 청각의 동요가 지속되었다는 것. 즉, 반드시 고통스러운 소리가 아니라도 청각에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좁은 우리에 갇혀 살아야 하는 가축들은 인위적인 소음에 계속 노출될 경우 번식 효율이 저하되거나 성장 지연, 폐사 등의 현상이 나타난다. 또한 태어난 곳에서 전혀 이동할 수 없는 식물의 경우에도 인위적인 소음이 높은 지역에서는 묘목 수가 1/4로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맹수가 포효 소리를 내는 이유는 자기 영역을 확실히 해두기 위해서다. 초기 인류들도 영역 다툼으로 인해 서로 멀리 떨어지게 되었고, 아프리카를 벗어나 전 세계의 각 지역으로 퍼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 더 퍼져 나갈 수 없이 꽉 들어찬 도시인의 삶에서 뚜렷이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층간소음은 무엇보다 큰 스트레스가 아닐까.